매일신문

대구 문화재 행정 실종(하)

대구의 문화재 보존·관리정책 '부재'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문화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행정당국은 오히려 '문화재 보존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져 왔다.

대구의 문화지수가 최하위권으로 특히 문화유산 부문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0위에 머물고 있다는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최근 발표 내용도 이를 웅변하고 있다.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외형적인 성과나 단기 업적 내세우기에 치중해 온 대구시 행정의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문화재에 대한 대구시의 고질적인 뒷북행정은 먼저 지석묘의 도시로 불리던 대구에 잘 보존된 지석묘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토성인 달성을 허물고 동물원을 지었으며, 두산동의 삼국시대 고분군을 파기하고 인공폭포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가장 많은 청동기 유물이 발견된 연암산(경북도청 뒤편)에 정수장을 짓고 서원을 이축했으며, 산성과 고분이 있던 달성 문산리에 취·정수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가 대구시와 산하기관이 보여준 문화재 정책의 한 단면이다.대구의 대표 고분군인 비산동·내당동 고분군의 경우도 그렇다. 이곳에서 금동관 2점 이 출토되는 등 중요한 유적으로 판명돼 국립대구박물관이 돌방 모형관까지 만들어 전시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이곳을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지정해 유적파괴를 부추겨 왔다.

비슷한 고분군이 있었던 부산 복천동 고분군의 경우, 시에서 부지를 매입해 고분군 위에 난립해 있던 주택을 철거하고 발굴조사한 고분 공개시설을 만드는 한편 이웃에 복천박물관을 지어 사적공원을 만든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지난 1993년 시지동 택지개발 현장에서도 그랬고, 재작년 선사유적 공원과 1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아파트 시공을 허가했다가 선사유적이 확인되면서 공사가 중단된 일도 있었다.

문화재당국의 이같은 행정부재는 '착공-유적발견-시공중단'의 악순환을 노정시키며 적잖은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영남문화재연구원의 박승규 연구실장은 "대구시의 문화재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화재 행정부실의 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당국의 문화재에 대한 마인드 부족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지금같아서는 개발의 논리아래 사라져 가는 문화유적의 유지·관리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도영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은 "유물과 유적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지하 굴착시에는 반드시 문화재전문가를 입회시켜야 한다"며 "각 구청 단위에 문화재 전문교육을 받은 담당자를 배치하거나 정기교육이라도 실시해 더이상의 문화유산 훼손이나 유실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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