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일 수교 난항 10년전과 닮은꼴

최근 수교협상을 둘러싼 북한과 일본의 대립양상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라는 변수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10년 전의 제8차 수교회담 본회담과 닮은 꼴이다.

지난 92년 1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일 수교 본회담은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핵개발 의혹과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일본어 교사인 이은혜 문제로 결렬됐었다.

당시 북한은 일본이 북한에 존재하지도 않는 핵문제와 이은혜문제를 거론해 회담을 탈선시켰다고 비난하면서 일본측이 강대국을 자처하면서도 자주성 없이 미국의 핵개발 의혹에 편승하고 있다고 자세전환을 촉구했다.

결국 이 회담을 끝으로 양국 간의 수교회담은 완전히 중단됐으며 무려 5년이 지난 97년에야 수교를 위한 예비회담을 재개할 수 있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수교회담 역시 핵문제의 진전없이는 경제협력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입장과, 핵문제는 미국과 협의할 사항이라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다음 교섭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성과없이 끝났다.

그런 가운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5일 조선중앙통신 인터뷰를 통해 수교회담이 이번처럼 공전만 반복해 장기화할 경우 미사일 발사 중지조치를 재고하겠다고 경고, 향후 북-일 수교교섭이 여전히 난항을 면치 못할 것임을 예고했다.

대변인은 특히 일본의 핵문제 관련 주장이 "미국의 대변자 역이나 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혹만을 불러 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외교관 출신 탈북자들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고향방문 중인 납치생존자 5명을 북한에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고 일본을 비난했지만 사실상 실무문제로 핵문제라는 변수만 아니라면 해결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2년의 경우와 달리 이번 수교회담이 핵문제로 인해 난항을 겪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92년의 경우 관계개선을 위한 이렇다할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지만 이번 회담은 첫 북일 정상회담에 따른 것이고, 더욱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서 일본인 납치사실을 인정하고 그 문제와 관련된 일본측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으로서는 과거청산 대 납치문제로 진행하려던 수교회담이 핵개발과 관련한 미국의 '방해'와 그에 '추종'하는 일본 때문에 물건너갈 위기에 처함에 따라 '약속'을 어긴 일본에 심한 배신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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