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가전에 떠는 첨단 미군

불과 7개월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알카에다 소탕작전에 투입됐던 미육군 제10산악사단 글렌 코젤카 대위(29)의 중대. 지난주부터 최신 전투훈련장에서 새로운 전투경험을 하고 있다. 이른바 '원시 전투'라고 불려오는 시가전 훈련이다.

순식간에 적의 박격포 공격에 1개 분대가 전멸하고, 빌딩 옥상에 은신해 있던 적의 저격병에게 거리에 나선 중대원이 차례로 쓰러지고, 바로 옆방에서는 로켓추진 총류탄이 터져 중대원이 전원 목숨을 잃는다. 총탄이 전후좌우 어느 방향에서 날아올 지 모르는 '3차원 전쟁'이다.

펜타곤 전투기획요원들은 미군의 이라크 침공에서 가장 어렵고 불안정한 요소로 시가전을 꼽고 있다. 군과 민간에서 다수의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많은 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바그다드에 대한 대규모 정면공격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그러나 현재 미국은 불가피할 경우엔 시가전도 불사할 태세. 지난 10월 1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시가전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전략검토를 하라"고 리처드 B 마이어스 합참의장에게 지시했다.

펜타곤의 용역을 받고 2년간 시가전을 분석한 개리 앤더슨 예비역 대령은 2주일전 미군 36개 보병대대 병력 1만8천여명을 대상으로 지금부터 페르샤만 배치때까지 고강도의 시가전 훈련을 실시할 것을 건의했다.

시가전의 가장 큰 난점은 인명피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센터(CSIS)앤서니 콜즈맨의 말처럼 "우리가 어떤 형태의 시가전이든 우리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하지 않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해병 전투실험소(MCWL)에 따르면 최근 해병대가 연간 2주일씩 시가전 훈련을 받고있는 부대를 대상으로 모의훈련을 실시한 결과 전투에서 희생되는 병력은 전병력의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라크 고위관리들은 "지난 1991년 걸프전에서 장비와 제공력에서 우세인 미군과 정면대결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미군이 재침공해 올 때는 병력을 바그다드시로 유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전에서는 수많은 건물이 미군 정찰기와 정찰위성을 무력화시키고 민간인의 존재가 스마트폭탄 사용을 어렵게 해 미군의 기술적 우위가 상당부분 상쇄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큰 변수는 과연 이라크군이 바그다드 시내로 들어가 미군과 대항, 1994년 그로즈니를 침공한 러시아군에게 심각한 손상을 가한 체첸반군과 같은 훈련태세와 지휘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의 문제.

미 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 군부에 이같은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후세인의 특수공화국수비대 같은 제한된 수의 적군과 마주쳐도 사태는 심각해질 수 있다. 미군의 희생이 커질 경우 부시 행정부가 맞게 될 정치적 부담도 문제다.

시가전은 또 작전상 대규모 병력이 소요된다는 난점이 있다. 시카고를 무대로 최근에 작성한 미해병대의 전투 시나리오에 따르면 시카고 시내의 적을 모두 소탕하고 시가지를 점령하는 데 미해병대의 전병력이 소요됐다.

펜타곤 전략가들은 바그다드 시내를 한구획씩 점령해 가는 전투 대신 시외곽의 교통을 차단하는 전략을 고려중이다. 민간인과 귀순하는 이라크군 병력에게만 길을 터 주고, 시내의 핵심시설을 강타해 도시와 후세인 정부의 붕괴를 유도한다는 전략.

미국 노포크 소재 미합동군사령부(U. S. JFC) 합동도시전센터 톰 존스턴 소장에 따르면 2차대전 이후 미군의 전략은 도시를 포위공격하는 종전의 전략에서 민간인 살상과 기간시설의 파괴를 최대한 피하면서 적의 전투의지만을 파괴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바그다드와 같은 규모의 도시에서 벌어질 전투에는 불가피하게 통신장해와 50m도 안되는 거리에서 신출귀몰하는 적군 등 시가전의 불확실성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지금 포트포크에서 실시되는 훈련도 바로 이들 예측불가능성에 대비한 훈련이다.

코젤카 대위 중대원들은 1년간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전투를 통해 어떤 전투에도 적응할 준비가 돼있다. 이들은 지난 10월 상순경 제10 산악사단의 제2연대 1천여명의 병력과 함께 포트포크 합동전투준비훈련센터(JRTC)에 도착, 또다시 강훈에 돌입했다.

루이지애너주 중부 150만 평방마일 넓이에 3개 블록의 시가지와 28개의 가건물을 세워놓고 실시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은 하루에 1백만 달러가 소요되는 최첨단 레이저테그 게임. 장병들은 실제 전투상황의 어려움을 그대로 경험하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여칠회기자 chilho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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