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점수하락 학생탓 아니다

'난이도 조정 실패냐, 고3생들의 학력 저하냐'.수능시험 직후 대다수 입시전문기관과 언론들이 수험생 평균 점수가 대폭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가 빗나간 데 이어 그 원인을 고3생들의 학력 저하로 돌리자 많은 수험생과 교사들이 "난이도 조정 실패와 오보의 책임을 수험생들에게 떠넘기려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다수 입시전문기관들은 6일 수능시험이 끝나자 "대부분 영역에서 쉽게 출제돼 평균 점수가 10~15점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체적으로 2, 3점 하락할 것이라는 4만여명의 표본채점 결과를 공개하자 한결같이 "문제는 분명 작년보다 쉬웠으나 이해찬 2세대인 수험생들의 학력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수험생과 교사들은 출제위원회측이 올해 수험생들의 학력 수준 측정에 소홀한 채 작년 수능에 집착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이 혼란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경상여고 한갑수 교사는 "지난 9월 모의고사를 비롯해 수차례의 교육청 주관 모의고사가 치러졌기 때문에 이를 통해 수험생들의 학력 수준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이처럼 난이도를 조정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수험생들의 학력 저하가 그대로 불거졌음에도 난이도 기준을 "작년에 어려웠던 영역을 쉽게 내고 나머지 영역은 비슷하게 출제했다"는 평가원의 실수가 컸다는 지적이 많다. 영진고 김동명 교사는 "출제위원이나 교사들은 문제의 난이도 자체를 분석하지만 수험생들은 그보다 평소 문제집이나 모의고사에서 접해봤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서 "생소한 유형의 문제가 많이 출제된 이번 수능은 수험생들에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수능 일부 영역만 반영하는 대학이 늘어 선택교과 영역 공부를 소홀히 했다거나, 수시모집에 합격한 상위권 수험생들이 수능을 대충 치렀다는 등 일부에서 제기하는 분석에 대해서도 학교 현장 상황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높다. 학생들은 "시험을 한번이라도 쳐 봤다면 수능처럼 중요한 시험을 일부러 대충 친다거나 선택과목이라고 덜 공부한다는 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텐데 과연 누가 그랬다더냐"고 비난했다.

나아가 고3생들의 낮은 학력수준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입시기관들이 잇달아 발표하는 '재수생 초강세'라는 통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재수생들이 재학생보다 점수가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신뢰할 정도의 표본집단 가채점 집계조차 제대로 해 보지 않은 기관들이 점수대별 증감폭까지 발표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는 것.

한 고3담당 교사는 "수능만 치르면 교육당국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이 커지는데 올해는 입시기관들과 언론까지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학생처럼 무책임한 발표로 생기는 피해에 대한 고민도 해 달라"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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