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대학 수능시험의 평균 점수가 지난해보다 10~15점 올라갈 것이라는 입시기관들의 예측과는 달리 2~3점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수험생들과 진학 지도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 건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하겠다는 교육 당국의 당초 방침이 어긋나 이를 믿고 시험 준비를 해온 일선 학교들은 당혹할 수밖에 없으며, 수험생들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시험에 혼란을 겪지 않을 수 없다. 수능시험은 대입 전형 자료이면서 고교 학습의 지침이기도 해 올해도 결과적으로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셈이다. 게다가 사설 입시 기관들이 섣불리 내놓은 전망 때문에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360점을 기대했던 재수생이 340점을 받았다며 목숨을 끊은 비극을 낳지 않았는가.
재작년의 수능은 너무 쉬워 '물수능', 지난해는 너무 어려워 '불수능'으로 '널뛰기'를 해왔지만, 올해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평가원도 난이도에서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쉬워 점수가 올라갈 것이라고 발표했으니, 고3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일선 학교들의 가채점 결과 재학생의 성적이 크게 떨어진 반면 재수생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현상은 소위 '이해찬 2세대'의 학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논리력과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에 극히 취약해 '찍기'나 암기, 주입식 교육에만 익숙한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그간 수능 난이도 조절을 위해 전국 규모의 모의고사를 치르고, 출제에 고교 교사들을 대거 참여시키며 나름대로 노력해 오긴 했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거꾸로'여서 변명이나 핑계를 댈 일은 아닌 것 같다. 총점 분포를 공개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당국은 이런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수능 정상화를 위해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을 다각적으로 찾아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논리력이나 종합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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