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유산인 합천 해인사 고려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 경판(經板)의 옻칠이 탈색되고 백화현상이 나타나는데다 뒤틀리거나 벌어짐 현상까지 보이는 등 심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대장경을 관리하는 해인사가 최근 경판 보존과 원상회복을 위해 문화재청에 현상 변경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드러났다.
해인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경판을 보관하는 장경각(판전·板殿) 내부 중앙부 판가(板架:경판을 보관하는 꽂이)를 옮겨 새판가에 꽂은 경판들이 햇볕에 심하게 노출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 1972년 정부에서 법보·수다라전의 중앙부 판가가 경판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앞면부에 새 판가 28동(각 14동)을 세워 경판을 분산, 보관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처마길이가 160∼172cm에 불과한 장경각 구조상, 남향으로 위치한 새판가들은 태양 고도가 높은 여름철 1∼2개월을 제외하면 종일 햇볕에 직접 노출되고 심한 비바람이 칠 경우 빗물까지 스며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새판가 설치에 따른 통풍의 순환구조에 장애가 발생, 판전내 온·습도조절이 원만치 못해 다른 경판들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주지 세민스님은 "조상들이 앞면부를 판가로 쓰지 않고 통로로 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하루 빨리 원상복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 2월 해인사측이 제시한 현상변경 허가 신청에 따라 문화재 관리위원회를 소집, 문제의 판가를 옮겨 원래대로 복원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전문가의 검증을 통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 현재 진행중인 전산화 작업과 병행해 보존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세계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 장경각 주변 환경훼손 금지와 관광객 통제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북대 임산공학과 박상진 교수는 "늦은 감이 있지만 중앙부 판가를 복원해 세로로 보관을 하면 충분한 공간이 확보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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