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생활에 찌들린 현대인은 누구나 한 번쯤 탈출을 꿈꾼다.특히 유유자적과 은둔을 옳은 선비의 최고 덕목중 하나로 꼽았던 동양권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 진한 편인데 아무래도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은 바가 클 것이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TV프로그램 제작자이면서 저술가이기도 한 피터 프랜스의 책 '삶을 가르치는 은자들'(생각의 나무 펴냄, 1만1천원)은 일상생활로부터 한 번의 탈출이 아니라 영원히 탈출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단어는 다르지만 스승, 현자라는 이름으로 칭송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따랐다. 심지어 하나의 교조를 구축할 만큼 강력한 세를 구성하기도 했고, 그들이 남긴 철학과 사상은 후대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지은이가 서구출신인 만큼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고대 그리스의 디오게네스에서부터 그의 제자인 크라테스, 황야의 교부로 널리 알려진 성 안토니, 러시아의 수도자 스타레츠 레오니드, 인도의 라마크리슈나, 사하라의 은자로 불린 가톨릭 선교사 샤를 드 푸코 등 서구권의 은자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이들의 족적을 보면 일반적으로 동양에서 이해되고 있는 은자, 혹은 은둔자와는 많은 거리가 있다. 중국의 고사열전을 보면, 칭송받는 은자는 모든 물욕과 세상사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은거하면서 권력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만의 유유자적하는 삶을 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은둔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세상과의 접촉을 끊고 자신만의 삶을 구축한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아무런 저서를 남기지 않았고, 생사조차도 불투명했으며 몇몇 일화로 그들의 삶을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반면 이 책에서 거론된 은자들은 극도의 절제된 생활과 침묵 등을 통해 현자로 명성을 얻은 뒤 어떤 형태이든 사회적인 활동을 한 사람들이다.
디오게네스는 저자거리에서 자신의 '금욕사상'을 전파했고, 성 안토니와 푸코는 복음전파로 한 평생을 보냈다. 라마크리슈나의 사상은 후에 제자들에 의해 '라마크리슈나 미션'이 설립되면서 널리 퍼져나갔으며 헨리 데이빗 소로우, 토마스 머튼 등은 방대한 저서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알렸다.
이러한 점은 동·서양이라는 지역적, 문화적인 이질성에서 오는 차이라고 보여지지만 서구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널리 알려진 현자들의 삶을 담담하게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만만치 않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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