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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이룩...대선후보에 바란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새로운 세기에 맞는 첫 대선인 만큼 여성들이 후보들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무성한 논란과 활발한 후보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은 지지할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거나, 설사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정했다 하더라도 후보들이 공약들을 임기 내에 제대로 지킬 것이라고 보는 여성들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여성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가장 중요한 공약은 공약을 반드시 실천한다는 것이어야 한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뚜렷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평등과 복지에 대한 지향은 국가 지도자가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이고도 중추적인 관점이 되어야 한다. 아직도 호주제와 같은 명백히 성차별적인 제도가 엄연히 존재하고, 또 여성의 지난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표면적으로 성중립적인 평등이 어느 한 성이 기준이 되는 잣대로 추구하는 평등일 뿐이며 따라서 양성에게 평등한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음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

대선후보는 여성들이 원하는 성차별 없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그러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차이를 존중한 복지를 함께 실천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중심과 주변, 중앙과 지역의 격차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다. 교육도, 경제도, 문화도 수도권으로 몰리는 정도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머리만 있는 사람이나 동물을 상상할 수 있을까? 과거부터 누적된 인적, 물적 자원의 중앙집중 구조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도 전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앙과 지역간 균형적인 발전을 추구함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그러한 계획과 시도가 성별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이다. 사회적인 인식이 미성숙한 상태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일관성있고 강력한 여성정책 추진이 오히려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측면도 있었다.

따라서 국가발전계획을 관통하는 중앙과 지역이라는 한 개의 축과 성 인지적 관점이라는 또 하나의 축이 우선 순위 면에서 서로 밀려나지 않는 여성정책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들이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강화해야 할 여성정책으로 우선적으로 꼽는 것은 보육시설의 개선 및 공공성 확보, 여성인력 개발과 고용촉진, 그리고 각 부문의 성차별적인 제도 개선이다. 여기에 폭력으로부터의 여성보호가 최근에 특히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검증과정은 이러한 과제에 대한 후보들의 대응정책과 실천방안을 낱낱이 평가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일상적인 경험에서조차도 비전과 원칙이 있을 때 세부적인 과제의 실천이 훨씬 쉬워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선후보들의 여성정책이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실천 의지와 구체성에서 다시 조명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선거과정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소근거리지 않는다. 아마 대선에서 후보들은 여성들의 소리를 가장 크게, 많은 곳에서 듣게 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강세영(매일신문 대선자문단.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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