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리, 이대로 좋은가.세계화의 시대흐름 속이지만 아무리 경제부국이라 하더라도 그 나라에 대한 역사와 문화의 샘이 메마르면 한갖 '장사치 졸국'으로 치부되고 그래서 선진국들은 저마다 심혈을 기울여 조상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는데 남다른 관심과 정성을 쏟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국보 제32호)이면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합천 해인사 고려 팔만대장경판의 훼손은 우리의 문화재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어서 부끄러움과 함께 우려를 감출 수 없게 만든다.
750여년전 우리 조상들은 그야말로 슬기와 지혜를 모아 팔만대장경판을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스란히 문화유산으로 남겼지만 현명치 못한 후손들이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채 마냥 바라만 보고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경판이 햇볕에 노출, 탈색과 뒤틀림 현상을 보이고 통풍순환의 장애를 일으켜 전체 경판들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원인은 주변 환경 변화도 문제지만 인위적 훼손이 더 큰 요인으로 꼽혀 안타까움을 더해 준다.
30여년전(1972년)인 공화당 정부시절 당시 최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머리를 짜내 "장경각 중앙부의 판가(板架)가 무게하중을 견디지 못하므로 분산 보관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 새로 28동의 판가를 세운 것이 화근이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문제를 낳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것.
1975년 정부는 오늘의 세계문화유산을 송두리째 날릴뻔 한 무지도 범했다. 전쟁과 화재.천재지변에 대비, 경판을 영구 보존한다는 목적으로 현 장경각 앞 700여m 지점에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새 장경각'을 건립했다.
그러나 새 장경각은 국고낭비, 전형적 군사문화 표상 등의 요욕을 남긴 채 불발로 끝났다. 지금은 해인사가 국가로부터 영구 임대받아 선방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냉해와 습기 등으로 제구실을 못한채 애물단지로 남아 있다.한 스님의 "잘 모르면 생긴대로 놔둬야지…. 나무관세음보살"이라는 한마디가 귓전을 스친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