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물고문 시인 파장

'피의자 사망'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이 8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망자 조모씨의 공범 박모씨의 물고문 주장이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실상 '물고문'을 시인해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인권단체 등 시민단체들이 검찰의 물고문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을 것으로 보여 그동안 특별조사실 내부까지 공개하면서 물고문 의혹을 일축해온 서울지검 수사지휘라인을 포함한 검찰이 또 한차례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던 박씨의 옷이 젖어 있는 것을 목격한 참고인의 진술이 있었고, 박씨를 접견했던 변호사도 박씨로부터 물고문을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박씨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며 물고문을 사실로 인정할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근거까지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물고문 의혹을 제기했던 박씨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박씨가 영장심사에 이어 대검 감찰부의 조사과정에서도 "수사관 2명이 내 얼굴을 천장으로 향하도록 상반신을 특조실 내부 화장실에 눕힌 뒤 얼굴에 수건을 덮고 바가지로 물을 붓는 가혹행위를 했다"며 상당히 구체적인 진술을 했고, 관련 참고인진술도 박씨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어 이를 배척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또 이날 "수사관들이 10월25일 자정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10분씩 3, 4차례에 걸쳐 물고문을 했다"는 박씨의 주장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사실확정이 이뤄지지 않은 단계에서 좀체 관련자 진술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검찰의 관행에 비춰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며, 사실상 검찰이 박씨의 주장을 사실로 인식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특히 검찰은 "당시 박씨 물고문에 사용된 흰색 수건과 바가지는 특조실 현장조사에서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혀 홍 전 검사와 수사관 등이 현장을 은폐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간접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씨가 병원으로 이송된 지난달 26일 낮 12시30분께 현장보존 조치를 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조씨가 후송되기 전 2시간 가량 홍 전 검사와 수사관들의 행적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이 시간대에 현장을 깨끗이 정리하고 입을 맞췄을 가능성을배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수사관들이 "물고문은 절대 없었다"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검찰이 사건발생 당시 현장은폐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물고문'은 증거부족으로 법정에서 배척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시 수사팀이 범행은폐를 모의하고 현장을 정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피의자 사망사건' 초기에 조씨의 자해 가능성을 언론에 흘려 혼선을 불러 일으킨 검찰은 물고문 주장까지 성급하게 배척한 셈이 되면서 또다시 위기국면으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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