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장경 훼손 통풍구조 변경

훼손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판, 무엇이 문제인가?상당수의 경판(經板. 국보 제32호)이 옻칠과 먹칠이 탈색되고 뒤틀리거나 벌어짐 현상(본지 8일자 1면 보도)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72년, 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판전(板殿.국보 제52호) 내부의 판가(板架)를 새로 지음으로서 내부의 통풍구조 변화,과다한 햇볕 노출과 비맞음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판가를 새로 설치한 이유는 중앙부의 판가가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한 쪽으로 쏠리는 등 위험성이 있어 분산 보관한다는 것.이에따라 기존의 통로 및 인경.마구리작업 등의 공간으로 사용돼 온 판전의 앞면부 창가에 새판가 28동을 짓고 중앙부 경판을 옮겨 보관해 왔다.

750여년 전 선조들이 앞면을 통로로 둔 것은 자연건조에 필수조건인 습기(균열과 뒤틀림방지)와 통풍(부식균 발생방지)의 관계를 고려한 것인데 이것을 무시한 것이다.1993∼1995년 이태영 박사(서울대 명예교수)와 연구팀이 작성한 '고려팔만대장경판 보존을 위한 기초학술 연구' 보고서에도 이같은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보고서에는 당시 경판의 굽음과 뒤틀림에 따른 평균 수치도 기록하고 있다.

총 8만1천258장의 경판 중 판가의 위치 등을 고려해 1천39장을 표본 조사한 결과 총 449장(44%)이 기형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길이굽음은 거의 없고 나비굽음(268장)과 비틀림(152장) 현상이 전체의 41%나 차지, 중요한 것은 판가의 위치에 따라 0∼81%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판가의 위치에 따른 통풍과 온.습도의 관계가 경판 보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처럼 새 판가 설치 후 30년이 지난 지금, 상당수의 경판들이 훼손되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전 대장경보존실장 남일스님은 수년 전부터 "새판가의 경판 배열이 엉터리"라며 "햇볕이나 비바람에 목재의 면부가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어 나무의 특성상 뒤틀림 현상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판의 기형현상은 사실 수년 전부터 나타났으나 세계문화유산인 만큼 그동안 쉬쉬 해 왔음을 털어놓은 것이다.관리를 맡은 해인사는 급기야 지난 2월 원상회복을 위한 '현상변경 허가'를 문화재청에 신청했다.그러나 지난 7월, "판가를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전문가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취지의 회신만 보내왔을뿐 이에 따른 예산배정 등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자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장경 연구에 참여해 온 경북대학교 임산공학과 박상진 교수는 "문화재는 원형을 깨뜨리지 않고 관리.보존하는 것이원칙"이라며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속히 원상태로의 복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8일 해인사측은 문화재청 관계자와 협의, 관광객 통제 등 경판 훼손에 따른 요인 차단 등의 조치를 서두러고 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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