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꿈은 이루어졌다

-삼성 우승에 부쳐

7전8기! 마침내 삼성이 야구도시 대구의 숙원을 이루어 주었다. 그 어떤 인기작가가 쓴 드라마보다도 더욱 극적인 모습으로 21년간의 묵은 체증을 한꺼번에 풀어버린 것이다.

9회 말, 어쩌면 삼성의 사령탑조차도 기대하지 못한 일을 일구어 낸 감동이었기에 선수들과 관중, 나아가 모든 대구시민들이 하나같이 기쁨과 설움이 뒤엉킨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다시 볼 수 없을 명승부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그러한 극적인 승리의 이면에는 빼놓을 수 없는 몇 가지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들 수 있겠고 대구시민의 변함 없는 야구사랑 또한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극도의 타격부진으로 번번이 야유를 받으면서 타석에 등장하는 이승엽 선수를 눈 하나 까딱않고 믿어주었다는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왜 김 감독이 진정한 승부사인가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믿음은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근년 들어 대구시민들은 적잖이 의기소침해져 있다. 과거의 자존심과 긍지를 되살려 줄 신바람 나는 꿈이 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대구의 비전을 제시해줄 힘도 용기도 잃어버린 채 중앙의 눈치나 보아야 했던 나날들이 아니었던가.

그러기에 이러한 믿기지 않는 극적인 승리를 얻어낸 대구시민들의 뒤풀이 술자리에는 자연스레 정치적인 홈런의 꿈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래 기다리는거야. 그리고 준비하는거야. 비록 지금은 부진하지만 우리는 너만을 믿는다고".

야구도시 대구라는 명성에 턱없이 못미치는 야구장 시설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가장 많은 관중이 몰려가 응원을 보내준 대구의 힘과 대구의 끈기를 생각해서라도 구단관계자들 또한 시설의 확충과 팬들에 대한 보다 더 섬세한 서비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은 9회 말! 이제 우리는 아무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극적인 홈런을 기다릴 것이다.

민병도〈화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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