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무관의 제왕' 한 날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과 맞붙었을 때 삼성은 우세한 전력을 바탕으로 우승을 자신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4차전에서 한 회에 8득점한 삼성은 11대18로 대역전패하는 등 2승4패로 무너져 충격을 받았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이어진 한국시리즈의 실패는 마치 삼성에 드리워진 저주같았다. 이로 인해 삼성 코칭스탭과 선수들에게 가해진 '우승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으로 컸었다.

10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이후 부진을 보였다 동점 스리런 홈런을 친 이승엽은 "우승에 대한 선수들의 중압감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이상으로 엄청났다. 이제 우승하게 돼 매우 기쁘고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에서 삼성으로 옮긴 마해영도 바로 우승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는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된 후 "오늘 경기를 지고 그 후유증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쳤더라면 야구가 하기 싫어졌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승 부담감을 털어놨다.

삼성 김응룡감독과 유남호 코치도 "해태에 있을 때는 안 그랬는데 삼성에 와 보니 말 끝마다 우승이더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삼성 구단 프런트도 올 한국시리즈 내내 아예 우승축하행사를 계획하지 않는 등 극도로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행여 우승에 대한 말이라도 비칠라치면 부정이라도 탄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을 막았다.

프로야구 원년인 지난 82년 투수 이선희(현 삼성 2군 투수코치)가 OB의 김유동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한국시리즈서 무릎을 꿇었을 때만 해도 삼성의 불운이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다.

84년 져주기 논란 속에 맞게 된 롯데에게 3승4패로 물러났던 삼성은 86년과 87년 김응룡감독의 해태에게 각각 1승4패, 4패로 맥없이 주저앉았다. 90년 한국시리즈서 LG에게 4패로 황망히 쫓겨났던 삼성은 93년 해태에게 다시 2승1무4패로 패배, 좌절을 되씹어야 했다. 이 와중에서 감독대행 포함 모두 11명의 사령탑이 바뀌었으며 '우승 스트레스'도 커져만 갔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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