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공부 스트레스로 初等生 자살하는 세상

초등학교 5학년생이 학교와 학원 공부 스트레스로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아들인 이 학생은 같은 반 여자친구와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자살을 예고한 뒤, 일기장에 "내가 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어른보다 더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을 남기고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니, 이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풋풋한 꿈을 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등진 이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거기에서 생명 경시의 독버섯이 돋아나고 있음을 뼈저리도록 되돌아보게 한다. 입시 위주 교육과 경쟁 사회는 생명의 소중함도 외면하게 만들고, 올바른 삶의 길을 가르쳐 주지 못하고 있다는 엄청난 '비극적 교훈'에 다름 아니다. 이 학생은 평소 성적이 우수하고 성격도 명랑해 좋아하는 친구도 많았으나 학교와

학원의 공부 때문에 죽음에 이를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음이 일기장과 급우와 나눈 채팅 메시지에서 드러났다. '불행'이란 채팅 아이디를 쓰면서 여자친구에게 "나 지금 죽을 수도 있다. 자살도구를 준비해 놨다. 바이 바이"라며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고도 했다 한다. 이는 절제와 통제력을 기르는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지나친 부담감을 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경종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난 9월 국회 교육위원회 김화중 의원의 '초중고생 정신건강 조사 보고서'에서도 초등학생 28%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지만, 파행으로 치닫는 교육과 가치관의 혼란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인터넷이 생명 경시 풍조와 이를 부추기고 도와주는 점도 문제다.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심성이어야 하는데 어린이들까지 생명을 이토록 가볍게 여기는 풍조는 안 될 일이다. 이번 사건이 가치관의 혼란으로 이지러진 우리 사회와 대리만족을 좇아가는 부모들의 잘못된 경쟁 심리의 소산이라면 정말 큰 문제다. 생명의 존귀함과 올바른 가치관의 회복은 우리 사회와 교육 정상화의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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