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족 동요 부르기 대상 최석훈군 가족

'숲속을 걸어요/ 산새들이 속삭이는 길/ 숲속을 걸어요/ 꽃향기가 그윽한 길/ 햇님도 쉬었다 가는 길/ 다람쥐가 넘나드는 길/ 정다운 얼굴로/ 우리모두 숲속을 걸어요'.

지난 달 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에서 전국주부교실 대구시지부(회장 김영숙)주최로 열린 제3회 가족동요부르기 대회. 참가 20개 가족 중 마지막으로 나선 최석훈(대구 도원초교 6년)군 가족은 마음과 목소리를 합쳐 이 노래를 불러 대상을 받았다. 이 가족은 남녀노소 3대가 화목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외할머니 구봉선(71)씨, 엄마 최희숙(45)씨, 누나 최유리(월배여중 3년), 사촌누나 최성은씨와 사촌 질녀·조카 찬주·준영이 등 8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엄마 최씨는 가족소개를 하면서 "노래로 묶여진 우리 가족은 여느 가족들보다 더 따뜻한 정으로 뭉쳐 행복하게 산다"며 활짝 웃었다.

"평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끼리도 얼굴보기가 힘드는데 이번 대회 참가 뒷바라지를 하면서 모처럼 제대로의 아빠 노릇을 했다"는 아버지 최상극(46)씨.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기질때문인지 동요부르기가 멋쩍어 처음엔 참가를 주저 했었다고.

석훈이 가족은 가족회의를 거쳐 뒤늦게 대회 참가를 결정했지만 매번 외할머니를 모셔와 화음을 맞췄다. 석훈이는 "온 가족이 합창을 하니 마음이 하나가 된 것 같았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유리는 "아빠가 매일 일찍 들어와 집 분위기가 밝아지고 가족끼리 몰랐던 부분들을 서로 이해하게 된 점도 있다"며 학교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흠뻑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외할머니 구봉선씨는 "힘은 들었지만 옛날 초등학교 학예회에서 노래를 불렀던 기억을 되살려 손자들의 손을 꼭 잡고 노래를 불렀다"고 말하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엄마 최희숙씨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족들이 급속도로 가까워진 점을 최고의 소득으로 꼽았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쌓여 어깨까지 뻐근할 때 어린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를 목청껏 부르면 어느새 마음이 환해진다며 동요예찬론을 폈다. "동요는 어른들의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주는 힘이 있어요. 일이 잘 안풀리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큰 소리로 부르면 어느새 차분해지지요".

사촌 누나 최성은씨도 "가정의 화목을 원한다면 가족 합창을 해보라"고 권했다. 화음을 맞추다보면 마음도 맞게 된다는 것. 피아노가 있으면 좋지만 없다면 하모니카나 아코디언 등으로 반주를 하거나 아예 무반주로 불러도 좋다고 했다.

딸 내외와 가족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외할머니는 "손자·손녀들이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가졌는데 더 이상 뭘 바라느냐"며 온가족을 한바탕 웃게 했다.

자녀들의 시험일정 때문에 전국대회(19일)에는 참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도 이렇게 모인 김에 다시 한번 연습이나 해보자고 가족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숲속을 걸어요…, 이번엔 또 누가 틀렸어. 아무도 안틀렸으면 귀신이 틀렸나". 화사한 웃음소리가 집밖까지 울려퍼졌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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