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결정족 미달 법안 재처리

국회 본회의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마비된 데 이어 이미 통과됐던 법안이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12일 재의결되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본회의장 '주변'에 머문 의원들까지 본회의장에 있는 것으로 간주했던 법안처리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정치권 안팎의 위법성 논란에 국회가꼬리를 내린 격이 됐다.서청원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선거전략회의에서 "헌정사에 처음 있는 재의결은 유감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장치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가 이처럼 지난 8일 무더기 법안처리 후 나흘만에 재처리 방침으로 선회한 것은 들끓는 비난여론 때문이다. 당초 박관용 국회의장은 "앞으로 의결정족수 미달 상태에서 의안을 처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법안 재의결에 소극적이었다. 이번 정기국회까지는 '어물쩍' 관행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였다.

그러나 지난 10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이규택 총무에게 "정족수 미달상태에서 일부 법안이 처리된 게 사실이라면 재처리해야 한다"고 지시하면서상황이 달라졌다. 이 총무가 다음날 한나라당의 재처리 입장을 국회에 통보하고 민주당에서도 같은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박 의장의 태도도 유턴했다.

박 의장은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내일(12일) 오전 본회의를 다시 열어 위법성 논란이 있는 법안을 재의결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또 "본회의장 휴게실 등에 있거나 상임위 소위 등을 위해 본회의장을 잠시 떠난 의원들도 출석한 것으로 인정해 온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기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간의 관행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법안처리 방식도 달라지게 됐다. 의장이 이의 여부를 형식적으로 묻고 의사봉을 두드리는 만장일치 방식을 폐지하는 대신 모든 사안을전자투표로 처리토록 방침을 정한 것이다. 만장일치 조항 폐지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 국회는 12일 오전 본회의를 열어지난 8일 의결정족수 미달상태에서 처리된 45개 법안을 나흘만에 재상정, 의결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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