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걸씨 집행유예 배경

최규선씨 이권개입 비리 사건에 연루된 김대중 대통령 3남 홍걸씨에 대해 법원이 11일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범행 자체를 최씨가 주도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날 판결문에서 "범행 전과정을 최씨가 주도했으며 최씨의 주도아래 홍걸씨는 받은 금품의 수나 금액이 얼마인지도 정확히 몰랐다"고 말했다.범행 과정에서 최씨는 미래 유망사업을 계획한다는 명목 등을 내세워 홍걸씨에게 이권에 개입토록 '유혹'했고 홍걸씨는 소극적 또는 수동적으로 이권에 연루된 것으로 법원이 결론지었다는 얘기다.

또한 법원은 홍걸씨가 직접 이권 청탁에 개입했다고 볼만한 뚜렷한 범죄 단서를 확신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홍걸씨가 타이거풀스 송재빈 부회장으로부터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대가로 주식을 받긴 했지만 홍걸씨의 청탁 내용은 '심사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해달라'는 것일뿐 명확히 특혜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법적 근거와 더불어 집행유예를 선고하게 된 배경에 개인적인 정상 참작사유도 제시하고 있다.재판부는 이날 주문을 읽기 전 홍업씨 판결문이 양형 참고자료로 제출됐음을 밝혀 사실상 집행유예 선고를 예고했다.

법원은 "형이 유사한 범죄로 같은 시기에 중형을 선고받아 자칫하면 한 집안의 두 형제가 나란히 수감생활을 해야할 처지에 놓인 점을 참작할 때 집행유예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형인 홍업씨가 실형을 받아 단죄가 이뤄진 상태에서 형제가 동시에 수감되는 사태 등을 감안, 법 테두리 내에서 관용을 베푼 것으로 해석된다.재판부는 반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해 왔고 부모의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일로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도 양형 사유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통령 아들이라는 특수 지위에 있으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한 홍걸씨의 부적절했던 처신에 대한 따끔한 질책을 잊지 않았다.재판부는 "주변에서 자신과 연분이나 특수한 지위를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엄격한 관리가 필요함에도 최씨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적 도움까지 받으려고 했던 것이 이번 사건의 실체였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특히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을 불러 일으켰으며, 사적으로 피고인의 부친이지만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도 중대한 차질을 일으킨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홍걸씨를 질타했다.

홍걸씨에 대한 선고는 당초 지난달 31일로 예정됐지만 변호인이 홍업씨 선고기일(1일) 이후로 연기 신청을 냈다.반면 재판부는 최규선씨에 대해선 대통령 아들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각종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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