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규의 한방이야기-체질괴 교우

흔히 보약은 맛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맛이 나는 보약도 있다. 보약에는 오미(五味)가 있다. 보약의 종류에 따라 신맛(酸味), 쓴맛(苦味), 단맛(甘味), 매운맛(辛味), 짠맛(鹹味)이 난다. 이처럼 보약의 맛이 제각각 다를 수 있는데 왜 보약을 쓰다고만 할까?

물론 몸에 열이 있는 사람에게 처방하는 보약은 쓴맛이 많이 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보약이 쓰다는 말이 생겨난 것은 아닌 것 같다. 흔히 사람에게 이로운 것은 쓰고 해로운 것은 달다고 한다. 보약이 쓰다는 표현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이같은 얘기는 인간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진정 자신에게 좋은 친구는 맛으로 표현하면 쓴맛이 날 것이다. 쓴맛 나는 친구는 자신과 체질이나 성격이 잘 맞지 않고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기 때문에 사귀기가 어렵다.

단맛 나는 친구는 사귀기가 편하고 이롭게 생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같은 체질의 친구는 쉽게 친하게 되고 장점이 서로 어우러져 함께 일하면 좋은 점이 많다. 반대로 이들의 단점이 어우러진다면 그 단점이 지나쳐서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욕심 많은 체질의 사람들이 모여 욕심을 채우는 일에만 몰두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내성적인 사람들끼리만 친해지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정을 잃어버리게 된다. 외향적인 사람들끼리 모이면 그 성격이 지나쳐 주변 사람들의 사정을 고려치 않고 자신들 기분대로 행동함으로써 남들에게 피해를 주기 쉽다.

따라서 친구를 사귀거나 조직에서 사람을 운용할 때 한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을 고려해봄직하다. 사람은 본성에 따라 체질이 결정되고 체질에 따라 성격이나 행동이 달라지며 이러한 차이가 편향성을 가진다. 그 정도가 심하면 질병을 낳는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표현이 좋지 않은 뜻을 풍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자신의 체질적 건강을 생각한다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과 항상 가까이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까이 지내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해 보자. 욕심 많은 사람은 욕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을, 내성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을 통해 장점을 배우려고 노력하면 시간이 지난 뒤 자신의 변한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복잡한 세상을 살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경산대 한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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