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로 보는 이웃들의 이야기

'솔로몬의 선택'(SBS), '이것이 인생이다'(KBS),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재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처음에는 비전문 연기자들이 어설프게 재연하는 극에 시청자들이 흥미를 느꼈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서 점차 식상해지고 있다.

방송사 가을 개편 이후 재연 프로그램이 더 늘어났다. 개편 후 KBS가 5개, MBC 1개, SBS 3개가 신설되면서 기존 프로그램과 합하면 재연 프로그램은 30여개에 달한다. 90년대 중반 MBC '경찰청 사람들', '성공시대'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재연 프로그램이 한때 많아졌지만 곧 사그라들었다.

당시 모방범죄 등을 우려한 목소리가 컸기 때문. 그러나 시청자 제보, 사후세계 등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다시 재연 프로그램이 뜨고 있는것. 이는 비전문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오고 시청자가 직접 겪었던 사건들을 소재로 한다는 점이 흥미를 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과장되게 흘러갈 소지가 크다는 것. 시청자가 겪은 황당한 경험, 신비한 사실 등을 다루다 보면 과장된 연기를 이끌어내 억지 웃음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경우 꿈이나 사후 세계를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해 잘못된 믿음을 전파할 우려가 있다.또 '시청자 제보'라는 명목 하에 지나치게 흥미위주의 소재를 다루기도 한다.

프로그램이 유사해진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단역 배우가 여기저기 중복출현하는 한편 채널을 돌리다 보면 프로그램의 개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황당한 사건', '기이한 체험' 등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 보니 이야기가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물론 '이것이 인생이다', 'TV 전기문 나의 부모님' 등 코믹한 연기 보다는 사실성에 주목해 잔잔하게 재연하는 프로그램들도 있지만 이런 경향은일부분에 불과하다. 재연 프로그램이 인기 연예인들이 등장해 신변잡기적 잡담을 늘어놓는 프로그램에 식상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지만 이러한 방송 형식에 안주할 경우 또다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재연 프로그램이 도입 당시에는 하나의 실험적 형식 이었듯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때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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