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보호관찰소 사회봉사명령 '특기 살리기'

'당신이 가진 그 기술로 사회에 봉사하라!'

교통사고를 내 법원으로부터 16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은 전기설비업자 ㄱ(46)씨는 자기 돈까지 들여 대구 동구지역 어려운 노인가정 20여 가구의 낡은 형광등, 전기코드 등을 교체해 줬다. 전기 시설 안전성 점검을 병행한 것은 물론.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30대 사진사 ㄴ씨는 양로원을 돌며 노인들의 영정 사진을 촬영해 주는 것으로 사회봉사 임무를 마쳤다.

쓰레기 줍기, 재활용품 선별, 행정업무 보조 등 획일적이던 강제적 사회봉사가 해당자의 직업.기술을 활용하는 '전문적인 사회봉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강제 봉사자 본인도 보람스러워 하고 봉사 받는 사람들까지 환영하고 있다.

법무부 대구보호관찰소에 따르면 교통사고.폭행 등으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강제 봉사 중인 사람은 500여명. 그 중 수십명이자신의 기술이나 직업을 살려 노인.장애인 가정, 복지시설 등을 찾아 봉사하고 있다. 집수리, 전기시설 점검.교체, 도배, 막힌 하수구 뚫기, 영정 사진 찍어주기, 관광 도우미, 도시락 배달 등 활동 영역도 다양하다.

명령에 따라 복지관에서 청소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유단자 ㄱ군(19)군은 "봉사하면서 소외되고 어려운 어린이들에게작으나마 희망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술에 취해 폭행죄를 지었던 학교 급식 납품업자 ㅇ(50)씨는 정성 들여 만든 도시락을홀몸 노인과 장애인 가정에 배달했다. 그는 "도시락을 배달하면서 외로운 어르신.장애인들과 따스한 정을 나누게 됐다"고 했다. 그때문에 ㅇ씨는 명령된 봉사 시간이 끝난 뒤에도 틈틈이 도시락 배달을 계속하고 있다.

대구보호관찰소는 이런 '전문 봉사'가 더 많아지도록 각 구청 자원봉사센터나 복지관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임종호 소장은 "봉사자들의특기를 면밀히 파악해 적소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하고, 극빈 노인 및 장애인의 가정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도 보다 세밀히 찾아내려 애쓰고 있다"고 했다.

사회봉사명령 제도가 형사범 전체로 확대 실시된 1997년 이후 대구보호관찰소를 통해 봉사하는 사람들은 매년 급증, 작년엔 2천500명을 넘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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