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구리소년 '타살' 잠정 결론까지

지난 9월26일 개구리소년 유골이 발견되자 경찰은 저체온사로 속단했지만 유족이나 언론.전문가들은 타살 쪽에 더 무게를 뒀다. 숨진 어린이들 모두가 현지 지형에 익숙한데다 초교 고학년생들이 많아 길을 잃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발견 다음날 현장을 감식한 경북대 법의학팀은 숨진 김영규군의 특이한 상하의 옷매듭을 추가로 발견, 타살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 다음날 오후 7시 경북대 해부학실습실에서 있은 1차 감식결과 발표 현장에서는 타살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김영규군의 어머니 최경희(47)씨는 "영규의 상의와 내의 우측 깃 부분이 뜯겨져 나간 흔적을 봤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것은 살해 위협을 당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였다는 것. 이 주장은 법의학팀 감정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최씨는 또 영규군의 유골은 모두 옷 안에 있었는데 유독 왼팔 팔꿈치에서 어깨에 이르는 뼈는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고도 했다.

같은 날 발굴된 5명의 두개골 중 한개에서 함몰 흔적과 2개의 구멍이 발견되자 타살 의혹은 더 깊어졌다. 이에 경찰은 유해 발견 사흘뒤인 9월29일 죽음에 얽힌 7가지 의문을 공식 발표했다. 손발 부분이 묶인 옷에서 유골이 발견된 점, 일부 유골이 돌에 눌려져 있었던 점, 대대적 수색이나 가지치기 때도 유골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이 그것. 그 후 경찰은 전면 재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이때 설정한 3대 수사 방향에서 여전히 저체온증 사고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다. 또 한가지 방향이었던 유탄에 맞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실종 당일이 지방선거 투표일이라 인근 군부대가 사격 훈련을 하지 않았고 저격수라도 5명을 한꺼번에 쏠 수는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10월 1일 현장 주위를 조사한 대구산악구조대는 당시 주변 상황과 현장 지형으로 미뤄 조난사 가능성이 낮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엽상욱(42) 구조대장은 "유골 발견 장소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피난할 만한 장소가 아니고 조난 당할 경우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도움을 요청하러 무리를 떠나는게 일반적인 현상인데도 5명이 같은 장소에서 유골로 발견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에 유족들은 김영규군의 옷 매듭, 두개골 중 1개의 두개골 정수리 부분이 함몰된 점 등을 중시해 '살해 후 암매장 혹은 사체 유기' 쪽에 무게 중심을 두기 시작했다.

10월2일 매일신문사를 찾은 산악전문가 김모씨는 김영규군의 매듭진 상하의를 놓고"소년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묶었다고 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제시했다. 안나푸르나.칸첸충가 등 히말라야 고봉 등정만16년 경력을 가진 김씨는 "추위에 상의를 벗어 얼굴을 감싸는 건 상식 밖"이라며 "매듭 강도로 볼 때도 이런 매듭은 성인 남성만이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0월3일 경찰과 유골 현장 일대 주민들은 "개구리소년들이 과연 마을 불빛을 볼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이견을 드러냈다.유광희 대구경찰청장은 수사본부를 찾은 이팔호 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브리핑을 통해 "유골 현장과 인접 서촌마을은 300m 정도 떨어져 있지만 마을 앞의 '안산'이 가로막고 있어 마을 불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서촌마을 주민들은 전혀 다른 판단을 제시했다.마을 자체는 '안산'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마을에서 떨어져 안산 고지대에 있던 민가 4채의 불빛은 못볼리 없다는 것이었다.

10월7일 매일신문이 지광준 강남대 교수, 박순진 대구대 교수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을 때 전문가들은 12일 법의학팀 발표와매우 유사한 결론을 유추해 냈다. 단독범의 소행일 가능성은 거의 없고 피살 장소가 유골 현장이거나 멀잖은 곳일 것이라고 추리했던 것.

또 5명이나 한꺼번에 희생된 점으로 미뤄 정신이상자의 소행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소년들이 제3의 범행을 목격했거나 누군가의숨기고 싶은 약점을 우연히 발견했다가 이를 은폐하려는 범인들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도 이때 제기됐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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