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감정 결과 발표 요지

◇사고사 아니다=와룡산은 어느 지점에서나 시계가 양호하다. 따라서 유골 발견 지점에서 하산을 시도했을 경우 10분 이내에 내려올 수 있다.실종일인 1991년 3월26일은 음력 2월11일로 달이 있어 밤에도 지형지물 식별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다.

시가지 불빛도 보기 쉽고 고속도로의 자동차 달리는 소리를 듣기도 용이하다.발굴된 유골과 유류품 상태가 양호하다. 유골이 지면에 노출돼 있었다면 비바람.동물로부터 훼손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지 않았다.유골 위치가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사고사가 아니다.

◇현장에서 사망했다=법치의학적으로 추정한 사망 당시 나이는 실종 당시 연령과 유사하다. 유골 상태가 양호하고 유골 구성이 해부학적 위치와 일치한다. 따라서 사망 시기는 실종 당일, 사망 장소는 유골 발견 장소로 판단된다.사체는 돌과 흙으로 부분 매장해 은폐된 뒤 비바람에 의해 추가로 자연 매몰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 후 유골 일부가 지난 8월 전국적인 수해 때 많은 비로 인해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머리 내출혈로 숨졌다=두개골 손상이 심하며 형태나 부위는 신경외과.정형외과.방사선과.법의학팀 협의를 통해 흔히 공격받아 발생할 수 있는 경우와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동식물에 의한 손상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일부 유골에 부패.풍화에의한 훼손 흔적이 있지만 두개골의 본래 손상과는 관계 없는 것으로 감정됐다.

전문적 감식.자문 결과 두개골 손상은 사망 직전에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우철원.김종식군은 두개강 내출혈로 사망했을 것으로추정된다. 누군가에 의해 타살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떤 단서 확인했나=우철원군의 좌측 측두부에 3개의 큰 구멍이 있고 그 구멍의 외면과 내면이 일직선을 이루고 있다. 좌측 두정부 함몰 골절 흔적은 끝이 ㄷ자형인 예리한 도구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 흔적 주변에서 골절 부위가 발견됐다. 우측 측두부에는 큰 구멍이 하나 있고 윗 부분에 15개의 조그마한 흔적들이 산개돼 있다. 끝이 뾰족한 도구로 찍은 것 같다.

김종식군은 두정부에 관통상이 있고 위쪽에 작은 구멍 3개, 후두부에 구멍 2개가 있다. 우측 측두부에 10㎝ 크기의 선상 골절, 좌측 팔 끝부분에 골절상이 확인됐다. 이끼가 끼어 있고 ㄷ자형.직사각형 손상 흔적이 있다. 뭔가에 찍힌 손상 흔적과 골절이 발견됐다.박찬인군은 후두부가 깨진 듯 큰 구멍이 있다. 이끼가 많이 끼어 있으나 타살과 관련된 유의성은 없다. 조호연군은 특별한 손상 흔적이 없다. 가장 깨끗한 상태이다.

김영규군은 우측 측두부에서 두 줄의 선상 골절 흔적이 확인됐다. 주먹이나 물체로 가격할 때 나타나는 손상과 비슷하다. 그 뒤 돌에 눌려 두개골이 변형됐다. 옷 매듭이 이상한 형태로 발견됐으며 이는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눈이 가려진 때문으로 보인다. 부친 김현도씨에 의하면 김영규군은 빠르고 달리기를 잘 했다.

◇어떤 물체에 의해 피살됐나=두개골 및 골조직 내에서는 금속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총탄은 아닌듯 하다.우철원군 좌우 측두부 관통 부분은 수직면의 형태를 띠고 골절 흔적을 갖고 있지 않다.

총탄 경우 사입구보다 사출구가 넓어 경사면의 형태를 띠게 되고 주변에 심한 골절 흔적을 남긴다. 또 화약 폭발에 의해 발사되는 일반 소총이나 권총탄은 사입구 주변에 검은 탄약흔을 남기지만 이번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두개골에 금속성 반응이 있으나 주변의 흙에서도 동일한 정도의 금속성 반응이 있었다.

우철원.김종식.김영규군 두개골에서 발견된 공통된 손상 형태는 누군가 내려 친 듯한 ㄷ자 형태의 홈이다. 그래서 범행 도구를 총.칼.도끼.방망이 등이 아닌 흔히 볼 수 없는 예리한 모서리를 가진 사각형 물체(드라이버류, 못 발사 공구 등)로 판단했다.

그러나 3명의 두개골에 나타난 수십개의 ㄷ자형 미세 홈에 대해선 궁금중을 완전히 풀지 못했다. 산탄에 의한 손상일 가능성도 생각했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산탄은 원형밖에 없어 예리한 ㄷ자 모서리를 설명할 수 없다. ㄷ자 형태의 총상이 나타나는 사제 산탄이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공식 의뢰했다.

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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