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물의 승부차기

"이겼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축구에 문외한인 선수가 태반이던 앳된 소녀들이 모여 한국 여자축구의 양대 산맥을 구축하며 탄탄대로를 달리던 숭민 원더스가 짧지만 빛났던 역사를 마감했다.

최근 모기업으로부터 팀 해체 통보를 받은 숭민(서울)은 12일 서귀포 시민구장에서 열린 라이벌 INI스틸(인천)과의 제83회 전국체전 여자축구 일반부 준준결승이 팀의 마지막 경기가 된 것.

사실상 마지막 경기가 될 지도 모르는 이 경기를 위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양쪽 무릎을 다쳐 수술까지 했던 이지은과 김여진은 무릎보호대를 한 채 고통을 참으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감독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 대구시민구단 코치로 내정돼 졸지에 '자식을 버리고 떠나는 아비' 신세가 된 하성준 감독은 "끝까지 열심히 뛰는 아이들이 안쓰럽다"며 눈물을 삼킨 뒤 벤치에 앉은 선수들과 함께 경기 내내 목이 터져라 선수들을독려했다.

또 창단 과정부터 현재까지 숭민과 함께해 온 박종환 단장 역시 하 감독과 같은 처지여서 선수들에게 선전을 당부하면서도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정들었던 팀이 해체되는 상황을 맞은 선수들은 팀이 통째로 인수돼 동료들 모두 함께 운동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동안 입질을 했던 기업체와 자치단체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이들의 '꿈'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 일부 선수들은 팀의 해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팀이 해체되면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억지'로 팀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바람과는 반대로 이날 숭민은 전후반을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박지혜와 김미정이 실축, 3대4로 패했고 선수들은 말없이 고개를 떨군 채 경기장 밖으로 걸어나왔다.

첫 승부차기 주자로 나서 실축한 박지혜와 주장 송주희는 못내 아쉬운 듯 눈물을 보였지만 하 감독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선수들의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그러나 "인수할 팀이 없는데 무슨 계획이 있을 수 있느냐"는 주장 송주희의 말처럼 이들의 미래는 아직 어둡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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