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 정족수 미달사태로 재소집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대리투표를 하다 적발, 물의를 빚고 있다. 오점 투성이 마지막 정기국회가 다시 한번 불썽 사나운 꼴을 보인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50분 본회의장. 박관용 국회의장이 대한민국학술원법개정안에 대한 전자투표 표결을 선언한 직후 민주당 김희선 의원은 옆자리에 있던 박상희 의원에게 뭔가를 속삭인 뒤 본회의장을 나갔다.
잠시 후 박 의원은 이 개정안을 포함, 나노기술개발촉진법과 민.군겸용기술사업촉진법 개정안 등 3건의 법률안에 대해 자신과 김 의원의 전자투표기버튼에 차례로 손을 댔다. 당연히 본회의장 전광판에는 박 의원은 물론이고 자리를 비운 김 의원 이름 앞에 '녹색등'이 켜졌다. 녹색등은 찬성을 의미한다.
보다 못한 국회 여직원이 다가가 "우리가 괜히 여기 있는 줄 아느냐"고 면박을 주자 박 의원은 더 이상 곁손질을 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김 의원이 전화를 하러 나간 사이 자리에 있는 전자투표기에 '삑삑'소리가 나 기계 뒷면을 들여다 봤다"고 엉뚱한 해명을 하다 빈축만 샀다.
20분뒤인 11시 10분. 이번에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인 이상배 의원이 동료인 임인배 의원을 위해 대리투표하다 다시 발각됐다. 임 의원이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변리사법 개정안 등 3개 법률안을 대신 처리한 것이이다. 이 의원은 "임 의원이 누구를 만나러 간다고 해서 대신 투표했다"고 겸연쩍어 했다. 그는 논란이 일자 당 기자실에서 사과하는 등 하루종일 얼굴을 구겼다.
확인된 두건외에도 대리투표가 더 있었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지역의 한 의원은 "대리투표가 좀 더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실제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옆자리 같은 당 유흥수 의원의 전자투표기를 만지작거리다 국회 여직원으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문제는 일종의 부정투표격인 '대리투표'에 대한 또다른 무효논란과 함께 제재여부다. 비록 대리투표가 표결 당락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도덕적책임을 면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국회법상 대리투표에 대한 처벌규정이 현재로선 없다.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도 본회의 후 "대리투표는 무효"라면서도"처벌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상희 의원은 "투표기에 지문인식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의결정족수 미달사태에 대한 비판여론에도 불구, 전체 272석 가운데 187명이 출석하는 데 그쳤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국민통합21정몽준 후보는 일정 관계로 나오지 않았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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