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산국제영화제 14일 개막

"영화여, 부산에 닻을 내려라".

아시아 최대의 영화축제,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14일 영화팬들을 불러모은다. 아시아 15개국, 미국.유럽 43개국 등 모두 58개국에서 228편의 영화를 초청, 23일까지 부산 해운대와 남포동일대에서 상영한다.

개막작은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 폐막작에는 일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돌스(Dolls)'가 선정됐다. '아시아 영화의 장', '뉴 커런츠(새 물결)', '한국영화 파노라마', '월드 시네마', '와이드 앵글' 등 서브섹션으로 진행된다. 특별전에는 일본영화적 전통의 이단아로 꼽히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작품과 대만 영화전이 열린다. 전체 상영작 및 상영일정은 www.piff.org 참조.

△ 개막작/폐막작

개막작인 '해안선'은 김기덕의 작품 중 가장 하드보일드한 작품이라는 평. 간첩체포가 꿈인 해안선 초소병사(장동건 분)가 제한구역에서 마을 처녀와 정사를 벌이던 마을 청년을 오인사살한다. 미쳐버린 처녀는 초소병사들의 노리개가 되고, 병사는 의병제대를 명령받지만, 군복차림으로 부대 주위를 맴돌며 광기로 미쳐간다.

'돌스(Dolls)'는 절제된 고요함속에 사랑의 의미에 대한 기타노 감독만의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절대적이고 치명적인 사랑이야기 '돌스'는멜러영화의 코드를 차용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사랑의 방식은 그 전형에서 비켜서있다.

△ 아시아영화의 장/뉴 커런츠

'아시아 영화의 장'은 12개국 34편이 소개된다. 이중 여성감독들의 작품은 주목대상. 허안화(중국)의 '남인사십', 마릴린 디아즈-아바야(필리핀)의 '새로 뜬 달' 등은 여성감독들의 정교한 연출력을 맛볼 수 있다.

가족의 소중함이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아시아 감독들이 즐겨찾는 주제. 마니 라트남(인도)의 '엄마뺨에 뽀뽀를', 츠카모토 신야(일본)의 '6월의 뱀', 사카모토 준지(일본)의 '보쿤치-내가 사는 곳', 펜엑 라타나루앙(태국)의 '몬락 트랜지스터' 등은 사라져가는 전통적 가치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내고 있다.

미래 아시아영화의 전망대인 '뉴 커런츠'에는 7개국 11편이 선보인다. 마니젯 하크맛(이란)의 '여성교도소', 왕밍타이(대만)의'함두장', 알렉스 양(대만)의 '방아쇠', 리리 리자(인도네시아)의 '엘리아나 엘리아나'등은 젊은이들의 좌절과 반항, 부모세대와의 갈등을 담고있다.

'뉴 커런츠'에는 노인들의 적나라한 성과 사랑을 그려 거듭된 등급논란에 휩싸였던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 박찬욱 감독의'질투는 나의 힘', 변영주 감독의 '밀애' 등 낯익은 한국영화 3편도 개봉된다.

△ 한국영화 파노라마/월드 시네마

국제적 명성을 얻은 감독들의 작품이 눈에 뛴다. 칸과 베니스에서 각각 감독상을 받은 임권택감독의 '취화선', 이창동 감독의'오아시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이 선보인다.

데뷔작 혹은 두번째 작품을 내놓은 신인감독들의 영화도 괄목할 만하다.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없이', 김인식 감독의 '로드무비', 김응수 감독의 '욕망'은 한국 젊은 감독들의 다양한 색깔을 선보인다.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 옴니버스 영화 '쓰리'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 월드시네마에는 42개국 총 55편이 상영된다. 거장뿐 아니라, 신임감독의 재기가 돋보인다.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바닷가에서'와 로카르노 영화제 수상작인 '열망', 베를린 영화제 수상작 '구름아래', 시드니 국제 영화제 개막작 '흑과 백'등.

△ 오시마 나기사 특별전/대만 영화전

'감각의 제국'으로 일본 영화계의 일탈로 꼽히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 그는 가족을 억압과 굴레로 인식하고, 성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파격을 시도, 일본사회가 갖는 '금기'에 대한 끊임없는 파격을 시도해왔다.

10살 된 한국인 소년의 일기에 관심을 갖고 만든 '윤복이의 일기'는 몽타주기법이 두드러진 중편영화. 두 명의 일본인 소녀를 강간,살해한 혐의로 사형에 처해진 재일 한국인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일본춘가고'는 도쿄의 거리를 방황하는 대학수험생을 통해 무정부주의적인 의식세계를 다뤘고, '돌아온 술주정뱅이'에는 재일한국인의 문제와 반전사상이 짙게 깔려있다.

대만영화전은 80년대초 이른바 옴니버스 영화 '광음적고사'를 이후로 '뉴웨이브 1기'로 명명된 새로운 영화의 물결부터, 차이밍량, 이안감독이 주도한 90년대초의 '뉴웨이브 2기', 그리고 최근의 독립영화까지 대만영화의 흐름과 미래를 짚어본다. 대만영화전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직접 기획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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