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구리…' 누구 소행?

경북대 법의학팀은 12일 "개구리 소년들은 실종 당일 유골 현장에서 살해된 뒤 암매장됐다"고 최종 결론을 내리고 "두개골에 나타난수십군데의 흉기에 찍힌 흔적으로 미뤄 정신.성격 이상자 소행으로 추정되며 범인은 2명 이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법의학팀은 자체 홈페이지(http://formed.knu.ac.kr)를 통해 두개골 손상 부분 사진을 공개하며 예리한 모서리를 가진 사각형 물체 등의 범행 도구에 대한 제보를 해 줄 것을 전 국민에게 요청했다. 개구리소년들을 잔인하게 집단 살해한 범인은 과연 누굴일까? 이제 경찰이 이 문제를 풀어 시민들에게 답변해야 할 차례이다.

◇정신이상자? = 경북대 법의학팀은 12일 중간 발표를 통해 개구리소년 3명의 두개골에서 흉기로 내려친 흔적이 수십군데 발견된 점으로 미뤄, 정신질환자나 성격이상자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경찰도 일단은 법의학팀 소견에 따라 정신질환자에 대한 탐문수사에 주력할 예정이다. 모 신문사 제보자 재수사도 추진하고 유골 현장 주변 주민들에 대한 정신병력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5명이나 한꺼번에 살해하려면 적어도 2명 이상이 범행에 가담했을 것으로 판단, 소년들이 여러명의 정신병자와 마주쳤을 가능성은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변 불량배? = 개구리소년 실종 2, 3년 전 유골 현장 일대에서 의문의 변사 사건이 잇따랐던 점과 관련, 소년들이 이런 사람들에 의해 희생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88년 초부터 1년6개월간 군 사격장에서 사병으로 근무했다는 박모씨는 지난달 9일 유골 현장을 찾아 가 "1988년 8월쯤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1km 떨어진 '선원지'에서 천으로 손발이 묶인 채 숨진 노인의 사체를 건져 낸 적 있다"고 증언했었다. 그 후 6개월 사이에도 이 일대에서는 2구의 변사체가 잇따라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경찰은 당시 인근에 거주했던 강력범이나 불량배들에 대한 재수사도 추진하고 있다. 범행 빈도.재범률이 높은 강력범 등을 용의 선상에 올릴 계획이다.

◇움막 거주자는? = 지난달 2일 오후 소년들의 유해 현장 인근에서 발견됐던 움막 거주자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3, 4년 전 '김씨'라 불리던 30대 남자가 와룡산에서 살았었다는 인근 주민들의 진술에 따라 이 남자의 소재를 추적해 왔지만 주민등록 말소로 행방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룡농알 판매상은? = 경찰은 소년들 실종 당시 개구리.도룡농 등의 알이 약재로 유통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월28일엔 한 독자가 "실종 당시 버스에서 우연히 목격한 소년들이 와룡산 도룡농 알 판매상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는 글을 매일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었다.이때문에 경찰은 도룡농 판매상과 개구리소년 사건 연관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낚시꾼을 찾아라 = 실종 당일 오후 '선원지' 못에서 낚시하던 남자 6, 7명이 수상해 보였다는 정모(당시 16세)씨 제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경찰은 11년 전 사건 발생 당시부터 낚시꾼들을 찾기 위해 몽타주를 만들어 행방을 찾아 다녔지만 현재까지도 오리무중. 그러나 타살로 결론 난 만큼 경찰은 당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시 탐문에 나설 계획이다.

◇기타 가능성들 = "소년들 실종 당시 현장 일대에 도사견이 많았다"는 5, 6건의 제보가 있었던 점에 주목해 경찰은 당시 일대 개사육장 주인들의 소재 파악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또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박순진 교수는 "개구리소년들이 제3의 범행을 목격했거나 누군가의 숨기고 싶고 싶은 약점을 우연히 발견해 이를 은폐하려는 범인들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의대 법의학팀은 12일 개구리소년 5명의 두개골, 상골(몸통부분), 하골(하체부분) 등을 취재진.유족 등에게 공개했다. 조호연군을 제외한 4명의 외상은 대부분 두개골에 집중돼 있었다. 외상 흔적은 우철원.김종식.김영규군의 유골에 특히 많았다. 외상 흔적이 가장 많은 우철원군 두개골 경우, 무려 25개의 미세한 홈과 구멍이 발견됐다.

두개골 왼쪽.오른쪽엔 지름 2~3cm 가량의 구멍이 있었고, 오른쪽 구멍 아랫 부분엔 너비 7mm 깊이 8mm의 홈이 나 있었다. 또 오른쪽 옆머리 부위 15곳에 ㄷ자 모양의 예리한 상처가 있었고, 왼쪽 윗머리 부분에선 함몰 흔적도 발견됐다.

김종식군의 두개골은 여러조각으로 분리돼 있었다. 앞부분에서 ㄷ자 모양의 관통 상처가 발견됐다. 우측 옆머리 부분에서는 10cm 가량의골절이 확인됐고, 좌측 팔엔 공격을 막을 때 생긴 것으로 보이는 골절이 발견됐다. 이런 골절은 추락 등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뒷편 위쪽에서 둔기로공격받아 생긴 것으로 법의학팀은 추정했다.

김영규군의 우측 옆머리 부분에선 두 줄의 선상 골절 흔적이 나타났다. 누군가 주먹이나 둔기로 가격했을 가능성을 말하는 것. 박찬인군의 뒷머리에선깨진 듯한 큰 구멍이 발견됐다.

그러나 유독 조호연군 사체에서는 아무 상처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때문에 범죄 전문가들은 "머리를 둔기나 예리한 물체에 맞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사인은 규명하지 못했다. 또 조군은 두개골만 발견됐을 뿐 다른 유골 중 상당 부분은 발견되지 않아, 유골 발굴이 미진했을 가능성, 비바람 등 자연 훼손이 심했을 가능성이 점쳐졌다. 더구나 점퍼조차 발견되지 않아 유골 현장에서 다소 떨어진 장소에서 희생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 경북대 법의학팀 감정 결과 발표 요지---

◇사고사 아니다 = 와룡산은 어느 지점에서나 시야가 양호하다. 따라서 유골 발견 지점에서 하산을 시도했을 경우 10분 이내에 내려올 수 있다. 실종일인 1991년 3월26일은 음력 2월11일로 달이 있어 밤에도 지형지물 식별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다. 시가지 불빛도 보기 쉽고 고속도 자동차 달리는 소리를 듣기도 용이하다.

발굴된 유골과 유류품 상태가 양호하다. 유골이 지면에 노출돼 있었다면 비바람.동물로부터 훼손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지 않았다. 유골 위치가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사고사가 아니다.

◇현장에서 사망했다 = 법치의학적으로 추정한 사망 당시 나이는 실종 당시 연령과 유사하다. 유골 상태가 양호하고 유골 구성이 해부학적 위치와일치한다. 따라서 사망 시기는 실종 당일, 사망 장소는 유골 발견 장소로 판단된다. 사체는 돌과 흙으로 부분 매장해 은폐된 뒤 비바람에 의해 추가로 자연 매몰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 후 유골 일부가 지난 8월 전국적인 수해 때 많은 비로인해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머리 내출혈로 숨졌다 = 두개골 손상이 심하며, 형태나 부위는 신경외과.정형외과.방사선과.법의학팀 협의를 통해 흔히 공격 받아 발생할 수 있는 경우와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동식물에 의한 손상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일부 유골에 부패.풍화에 의한 훼손 흔적이 있지만 두개골의 본래 손상과는 관계 없는 것으로 감정됐다.

전문적 감식.자문 결과 두개골 손상은 사망 직전에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우철원.김종식군은 두개강 내출혈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누군가에 의해 타살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떤 단서 확인했나? = 우철원군의 좌측 측두부에 3개의 큰 구멍이 있고 그 구멍의 외면과 내면이 일직선을 이루고 있다. 좌측 두정부 함몰 골절 흔적은 끝이 ㄷ자형인 예리한 도구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 흔적 주변에서 골절 부위가 발견됐다. 우측 측두부에는 큰 구멍이 하나 있고 윗 부분에 15개의 조그마한 흔적들이 산개돼 있다. 끝이 뾰족한 도구로 찍은 것 같다.

김종식군은 두정부에 관통상이 있고 윗쪽에 작은 구멍 3개, 후두부에 구멍 2개가 있다. 우측 측두부에 10cm 크기의 선상 골절, 좌측 팔 끝부분에 골절상이 확인됐다. 이끼가 끼어 있고 ㄷ자형.직사각형 손상 흔적이 있다. 뭔가에 찍힌 손상 흔적과 골절이 발견됐다. 박찬인군은 후두부가 깨진 듯 큰 구멍이 있다. 이끼가 많이 끼어 있으나 타살과 관련된 유의성은 없다. 조호연군은 특별한 손상 흔적이 없다. 가장 깨끗한 상태이다.

김영규군은 우측 측두부에서 두 줄의 선상 골절 흔적이 확인됐다. 주먹이나 물체로 가격할 때 나타나는 손상과 비슷하다. 그 뒤 돌에 눌려 두개골이 변형됐다. 옷 매듭이 이상한 형태로 발견됐으며, 이는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눈이 가려진 때문으로 보인다. 부친 김현도씨에 의하면 김영규군은 빠르고 달리기를 잘 했다.

◇어떤 물체에 의해 피살됐나? = 두개골 및 골조직 내에서는 금속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총탄은 아닌듯 하다. 우철원군 좌우 측두부 관통 부분은 수직면의 형태를 띠고 골절 흔적을 갖고 있지 않다. 총탄 경우 사입구보다 사출구가 넓어 경사면의 형태를 띠게 되고 주변에 심한 골절 흔적을 남긴다.

또 화약 폭발에 의해 발사되는 일반 소총이나 권총탄은 사입구 주변에 검은 탄약흔을 남기지만 이번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두개골에 금속성 반응이 있으나 주변의 흙에서도 동일한 정도의 금속성 반응이 있었다.

우철원.김종식.김영규군 두개골에서 발견된 공통된 손상 형태는 누군가 내려 친 듯한 ㄷ자 형태의 홈이다. 그래서 범행 도구를 총.칼.도끼.방망이 등이 아닌 흔히 볼 수 없는 예리한 모서리를 가진 사각형 물체(드라이버류, 못 발사 공구 등)로 판단했다.

그러나 3명의 두개골에 나타난 수십개의 ㄷ자형 미세 홈에 대해선 궁금중을 완전히 풀지 못했다. 산탄에 의한 손상일 가능성도 생각했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산탄은 원형밖에 없어 예리한 ㄷ자 모서리를 설명할 수 없다. ㄷ자 형태의 총상이 나타나는 사제 산탄이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공식 의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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