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불법 고치겠다며 不法 저질러?

의결정족수 미달인채로 법안을 무더기 통과시켜 개망신을 샀던 국회가 다시 표결하겠다고 어제 모인 본회의장에서 이번엔 '대리투표'라는 사상초유의 불법을 저질렀다. 참으로 양심불량·불법불감(不感)의 대책없는 사람들이다. 국회는 해당의원들-남의 책상위에 놓인 전자투표 버튼을 대신 누른 의원과 대리투표를 부탁한 의원 모두를 윤리위에 넘겨 징계하라.

보도를 보면 이날 민주당 박상희 의원은 자리를 뜨고 없는 같은 당 김희선 의원의 '단추'를 세번이나 눌러 법안 3개를 대리 투표했다가 들켰다.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 또한 옆자리의 임인배 의원을 대신해 변리사법개정안 등 서너건을 대리투표했으며, 이외에도 몇몇의원들의 대리투표 장면이 목격됐다고 하니 참으로 황당하다.

우리는 불법을 시인하고 고치겠다는 국회의 자세를 다행스럽게 여기고 차제에 이를 국회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으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번에 바꾼 전자투표방식은 표결의 익명성을 배제, 의원 개개인의 책임의식과 정치적 소신을 유권자들이 확인할 수 있으며, 집단날치기 표결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 했다. 그래서 "이젠 국회 본회의장 벽에 높이 걸린 '찬반 전광판'이야 못떼 가겠지" 안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믿음'은 하루만에 배반당했다.

대리투표에 관계된 네의원 중 김 의원(서울 동대문갑)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곳 출신이라 더욱 부끄럽다. 이상배 의원은 상주, 박상희 의원은 대구, 임인배 의원은 김천이다. 이 의원은 경북지사·서울특별시장 경력에 명색이 지금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요, 임 의원은 전직이 법을 다루는 대검수사관, 박 의원은 중기협중앙회장이란 직함덕분에 전국구를 공짜로 얻은 사람이다.

이런 훌륭한 분들이 일이 터지자 "한번만 봐달라"거나 "그런 일 없다"며 통사정·오리발이었으니 아동교육상으로도 용납못할 분들이다. 무엇보다 '대리투표 사태'는 결정적 사안에서 단한표가 찬반·가부(可否)를 뒤집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문책과 대책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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