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공교육 붕괴가 부른 '高4 狂風'

올해 수능시험에서 재수생들의 점수가 지난해보다 20~30점 올라갈 것이라는 입시기관의 예측이 발표되면서 '재수하면 향상된다'는 분위기가 고조, 고3 교실에 재수 열풍이 일고 있어 일선 학교들이 진학 지도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니 기가 찬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능시험에서 예상했던 점수가 나오지 않거나 모의고사에 비해 점수가 떨어진 수험생들의 상당수는 아예 정시 지원을 포기한 채 재수 쪽으로 기우는가 하면, 미리 재수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성적보다 높게 '배짱 지원'을 하려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이 같은 '고4 광풍'은 대입의 이상기류일 뿐 아니라 공교육 붕괴의 참담한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최근 몇 년 사이 의·약 계열 진학을 위해 재수하는 상위권 수험생들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재학생보다 성적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별 편차가 클 뿐 아니라 점수가 떨어진 경우도 적지 않아 근거가 희박하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설령 수능시험이 재수생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뒤 결과에 따라 재수해도 늦지 않은데 '고교 4년이 필수'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자연스러울 정도라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된 근본적인 원인은 공교육의 신뢰 상실이다. 학원 강사나 개인 과외 선생이 학교 교사보다 신뢰를 받고, 학원이 학생 지도를 더 잘 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교가 경쟁력을 갖추고 공교육이 신뢰를 받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며, 차제에 이를 위한 특단의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의 '재수 바람'은 일시적인 광풍일는지는 모르지만 빨리 정상을 되찾기 바란다. 수험생들은 막연하게 재수로 기울 게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수시 2학기와 정시 모집 일정에 대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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