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대석-16일 대구공연 앞둔 이은미

"저…이은민데요".

휴대폰 너머로 깔깔하고 피곤한 음성이 들려왔다. 전날(10일) 제주도 한라대학 공연을 마친 그녀는 진이 다 빠진 듯 했다. 데뷔 10년 만에 베스트 앨범 'passion(열정)'발매와공연 500회를 기념한 '이은미 passion 콘서트'가 현재 전국순회중이다.

허스키한 목소리는 인터뷰가 계속될수록 생기를 더했다.'맨발의 디바'니 '라이브의 여왕'이니 수식어가 많은데."저는 '가수 이은미'가 가장 맘에 들어요. 직업이 가수일 뿐인걸요. 20년, 30년후에도 존경하는 선배들처럼 같은 길을 걷고있다면 그때는 '디바'니 '여왕'이니 명찰달고 다녀도 좋겠죠. 전 아직 '초짜'예요. 아직도 꿈꿔야 할 게 많으니까요".

공연 500회를 맞은 기분이 어때요?

"어떻게 하다보니 500회가 됐구요, 한 해 에만도 크고 작은 공연이 50, 60회가 넘어요. 이번 전국콘서트는 팬들을 위한 공연인걸요". 500회째 'passion 콘서트'는 지난 5월 서울 펜싱경기장에서 열렸다. 그 공연 컨셉을 그대로 빌려 지방공연을 하게 된 셈이니, 501회니, 502회니 하는 횟수는 중요치 않다는 얘기.

왜 맨발로 노래하느냐고 많이들 묻죠? "자유롭고 싶어서요. 맨발은 나 자신에게 거는 일종의 주문(呪文)같은 거예요. 편안해지자, 자유로워지자. 무대에선 본능으로 노래하자, 뭐 이런 거죠".

92년도 1집 '기억속으로', 2집 '어떤 그리움(93년)', 3집 '자유인(97년)', 4집 '데자뷰(98년)', 5집 '노블레스(2001년)'까지, 가수 이은미의 음악은 어떻게 변해왔나요?

"전 거짓말 못해요. 유행에 따라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것, 10년동안 절 지탱해 준 비결이죠. 재즈, 컨템퍼러리 음악, 소울, R&B, 록, 이 모든게 이은미의 음악이예요. 전 단지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을 뿐이라구요".

"끊임없이 자극받고 싶어요. 좋아하는 모든 것에 촉수를 뻗고 싶고, 제 안에 녹여내고 싶어요. 팬들이 느끼시는 대로 이은미는 발라드가수일수도 있고, 록커일수도 있죠".

라이브 공연을 주로 하는데, 라이브의 매력은 뭔가요?

"라이브는 순간에 이뤄지는 예술과 같은 거예요. 아무리 사전에 계획을 짜맞추더라도 어떻게 될지, 관객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모르잖아요? 본능적으로 제 자신을 노래에 맡기는 것, 제가 맨발로 공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여전히 무대가 무섭다고 했다. 리허설까지 하루 8시간 노래하는 것은 인간한계를 넘어서는 거란다.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노래한 예전 선배들은 정말 '할렐루야'할 일이죠(웃음)".

이은미는 자신에게도, 동료들에게도 혹독하다."제주도 공연때 무대에 오르기전에 멤버들한테 그랬어요". "객석이 다 차지 않았다고 해서 기운빠지지 마라. 관객여부에 따라서 기분이 좌우된다면 프로페셔널이라고 할 수 없다"고. "20명도 채 차지않은 무대에서 4천석을 메운 무대까지, 10년이에요. '참 지독하게 살았구나', 그런 생각하죠".

"팬들의 환호가 높아갈수록 제 자신은 점점 작아져서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노래하는 이은미를 지키려고 해요. 처절하고, 지루하게 인기에 영합하려는 자신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거죠"."고인물이 되지않는 음악인, 흐르는 물같은 음악인이 되고싶어요".

순간, 가수 이은미는 중력의 간섭에서 한없이 자유스러운 듯 느껴졌다.이은미 대구 공연은 16일 오후 4시/8시 인터불고 호텔 2층 컨벤션 센터. 공연 문의 053)761-9041~2.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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