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ID 행복

가난한 나무꾼의 어린 두 남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꿈 속에서 요술쟁이 할머니를 만난다. 병든 딸을 위해 파랑새를 찾아달라는 할머니의 부탁에 남매는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먼 길을 나선다.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숲과 묘지, 미래의 나라를 헤매며 무진 고생했지만 끝내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지친 몸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것은 꿈. 집 문 앞 새장 속의 새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행복의 파랑새임을 두 아이는 깨닫게 된다.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메테를링크(1862~1949)의 저 유명한 작품 '파랑새'는 행복이란 멀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 속에 숨어있는 것임을 말해준다.

한 아이가 죽었다. 공부도 잘하고 밝은 아이였다는데 날이면 날마다 공부의 장벽에 둘러싸여 아이가 어른보다 더 바삐 살아야 하는 이유를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초등학생답지않게 '불행'이라는 ID를 사용했던 그 아이는 바닷속 물고기처럼 맘껏 뛰놀 자유를 찾아나섰고 그것은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이 돼버렸다.

또 며칠전 대입수능시험 직후 한 아이가 생(生)의 끈을 놓아버렸다. 한 해에도 숱한 아이들이 너무 일찍 세상을 뜬다. 우리의 아이들은 왜 이다지도 쉽게 삶을 포기하는걸까팝송 '인디언 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의 주인공 체로키 인디언은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이 색다르다.

슬픔이 짓눌러올 때 그들은 오히려 기쁨을 찾아 조금씩 기쁨을 늘림으로써 슬픔을 줄여간다고 한다. 이름짓기의 달인이기도한 인디언들은 열두달의 명칭에서도 남다른 혜안을 보여준다.

춥고 황량한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아라파호 족), '물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크리크 족) 등으로 부르고, 혹독한 추위의 12월도 '무소유의 달'(퐁카 족), '늑대가 달리는 달'(샤이엔 족), '다른 세상의 달'(체로키 족),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달'(수우 족) 등 하나같이 여유로운 이름으로 부른다.

대자연을 벗한 사람들의 웅숭깊은 지혜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성적제일주의, 입시경쟁, 일류대학, 일류직장…. 우리사회는 아이들에게 '일류'만을 요구하지만 아이들은 그것만이 행복의 파랑새라고는 믿지 않는다.

카를 부세의 시구처럼 오늘도 사람들은 저 산너머 또 너머 저 멀리에 있을 것 같은 행복을 찾아나서지만 '산너머'는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거듭될 뿐 결국은 눈물을 흘리며 돌아온다. 대선이 코앞에 닥친 지금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곧 장밋빛 세상이 펼쳐질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수많은 약속들이 감동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상처난 자들의 ID '불행'을 '행복'으로 바꿔주겠노라", 진정어린 약속을 하는 사람은 없을까.

(편집부국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