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이수익 '우울한 샹송'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는 다분히 60년대 풍이다. 우체국은 정보화시대 이전의 기호이다. 순정적인 연애편지를 쓰고 침을 발라 우표를 붙이고 다시 되돌아 올 마음을 기다리던 풍경은 이미 낯선 풍경이 되었다.

요즘 10, 20대 청춘들은(어른도 마찬가지지만) 휴대전화 사용 요금을 내느라 책 사볼 돈이 없다는 우울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휴대전화으로 인스턴트 사랑을 즐기는 요즘 세태가 느끼기에 이 시는 다소 촌스런 사랑시이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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