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노스트라다무스는 '지구 종말' 시점을 1999년 7월로 예언했다. 이 때에는 9개의 행성과 달이 지구를 교차점으로 대십자를 이루어 마지막이 될것이라는 그럴듯한 해석까지 곁들여져 세기말 호사가들을 자극했다. 그의 예언대로라면 21세기는 '올 수 없는 세기'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노씨(氏)가 엉터리 점쟁이임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선뜻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16세기에 살았던 노스트라다무스는 그런 예언을 한적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가 남긴 '세기들'이란 책에 "1999년 7월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는 상징적인 4행시가 남아있을 뿐인데 이 구절이 '지구 종말론'으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즉 세기말 공포에 휩싸인 후대 해석가들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놓고서는 애꿎은 노씨만 벌집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전혀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렇듯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힘든 철학적인 사상(思想)은 해석하기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수가 많다.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라는 명언도 인권 차원에서 우리나라 교과서에서 사라질 운명이 아닌가. 때마침 미국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가 최근 호에서 20세기를 풍미했으나 21세기의 문턱을 넘지 못한 6가지의 사상과 철학을 소개했다. 마르크시즘, 성장의 한계, 상호확증파괴(MAD), 군산복합체, 아시아적 가치, 종속이론이 그것이다.
▲하나같이 지난 세기 우리 주변을 장식한 단어들 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미국 일방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상호확증파괴'와 '군산복합체'는 미국 중심적 사고에서는 중요한 것이지만 지구촌 전체의 보편적인 사상은 아니다. '마르크시즘'과 '종속이론'도 유럽과 남미에서는 아직 불씨가 많이 남아있다. '성장의 한계'는 아마도 IT산업을 주축으로한 미국 신경제를 뒷받침한 것이지만 전세계 10억 인구가 기아에 허덕이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시아적 가치'는 97년 외환위기 당시만해도 미국이 아시아를 비하하기 위해 자주 써먹던 논리였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보는 시각이 이렇게 달라졌으니 우리로서는 다소 당황스럽기까지하다. 미국인이 갖고있는 가장 큰 단점은 그들 자신이 바로 중심이자 '판단의 잣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라고 한다. '포린 폴리시'의 분석에 수긍가는 부분도 없지않지만 미국 일방적 사고의 결과물이거니 생각하고 흥미거리로 한번 읽어볼 일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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