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誘拐)와 납치(拉致)는 항상 붙어 다니는 단어지만 의미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전자는 폭행.협박.거짓.유혹을 범행수단으로 하는데비해 후자는 무기 등 물리력을 동원하여 사람을 항거불능케 한 뒤 자기 지배 하에 두는 것을 말한다. 유괴는 그 방법이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약취(略取)와 거짓.유혹을 수단으로 하는 유인(誘引)으로 나눠진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도 유괴.납치는 심심찮게 나타나 인간의 약탈적 속성을 잘 보여준다. 제우스의 딸이자 곡물의 여신인 페르세포네는 신화시대 제1의 납치사건 희생자다. 제우스는 형제간인 하데스의 요청에 따라 페르세포네를 그와 결혼시키기로 약속하고, 딸의 납치를 묵인해준다.
나중에 어머니인 데메테르는 딸이 저승의 신인 하데스의 궁전으로 잡혀갔다는 것을 알고 딸을 돌려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자 하데스는 "페르세포네가저승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면 귀환시키겠다"고 약속하나 석류 열매 몇 개를 먹는 바람에 1년 중 4개월은 저승에 남아있어야 했다는 줄거리다. 봄과 여름의 여신이기도 한 그녀가 하데스와 함께 있는 겨울동안은 불모의 시기가 된다는 설이 후에 보태졌다고 한다.
▲요즘 아르헨티나도 납치 때문에 온 사회가 들끓고 있다. 부유층을 상대로 올 들어서만 250건 이상의 사건이 발생해 사회 전체가 '납치공황'에 빠진 것이다.지난해 12월 채무변제 유예선언 이후 새로 나온 현상 중의 하나다.
돈을 노린 납치범들은 외국에 나가 있는 아르헨티나 사람들까지 원정납치 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실직해 굶어 죽는 것이 두려우냐, 납치가 두려우냐고 물으면 '납치'라고 말할 정도로 불안심리가 크다고 한다.납치 범죄에 정부가 전쟁까지 선포하고 나섰지만 지금까지 별 성과가 없다는 게 현지 소식이다. 또 시민단체들은 납치와 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3분동안 그만''폭력에 맞선 10분'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참여가 신통치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올해 가장 화제를 모았던 단어로 '납치'가 선정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이 현대용어집 '지에조(知惠藏)'의 2003년판 발간에 앞서 인터넷 응모를 통해 화제의 단어를 선정한 결과, 이 같은 집계가 나왔다는 것. 이번 화제어 선정에서 일본인들의 뇌리에는 북한이 다시 한번 깡패국가 또는불량국가로 각인됐을 것이다.
동북아라는 샘을 흐려놓는 미꾸라지 정도로 혐오했을 법하다. 한.중.러.일.미 국제사회에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용심을부리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시대에 뒤떨어진 국제인식은 통일시대 우리가 떠맡아야할 짐이고 보면 일본의 화제어 선정이 결코 유쾌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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