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정치개혁은 '립 서비스'였다

결국 선거법개정은 물 건너갔다. 정치자금법도 물 건너갔다. 돈선거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여기다 각종 정치개혁 법안들마저 오늘을 기점으로 실종신고를 해야할 판이다.

국민들로부터 욕 실컷먹고 급조한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겨우 사흘전 첫소위(小委)를 열고서도 서로 제입맛대로 밥상을 차리려고 아옹다옹, 주요법안들은 논의의 상(床)위에 꺼내 놓지도 못했다니 애시당초 법 고칠 생각, 개혁의 의지는 없었다는 것이 옳다. 역시 마지막 기대는 유권자 뿐이지만 '고만한 국민에 고만한 정치'라는 말이 자꾸만 떠올라 입맛이 쓰다.

당장 '돈선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심각하다. 선거뒤끝의 민심분열의 걱정도 태산같다. '빅 스리'세후보는 귀머거리인가? 개혁선거법안을 포기한 중앙선관위는 결국 16대 대선 후보자 1인당 법정선거비용한도를 341억8천만원으로 공고했다.

그러나 이를 지킬 후보들은 하나도 없다. 유세장 동원청중 1인당 3만원씩만 줘도 이것하나로 수백억원이다. 당원단합대회 등 정당활동을 빙자한 인력동원은 공짜로 하나? 그 엄청난 위장봉사자들은 맨입으로 위장되나?

국회는 정치자금법·부패방지법도 외면했다. 정치자금의 단일계좌 신고제, 정치자금의 수표사용 제가 싫다는 것은 범법(犯法)을 숨기겠다는 자백에 다름아니다. 부패방지법의 개정거부도 속내는 '부방위'의 권한 강화가 싫어서이다.

지금의 선거법이, 지금의 '부방법'이 돈쓰기도 좋고 돈 먹기도 좋은데 왜 자청해서 제 손발 묶는 짓을 하겠느냐는 게 솔직한 심사일 터이다.

우리는 이처럼 비겁하고 계산적인 정치권의 행태가 종국엔 국민의 세부담으로 귀착된다는 점에 화가 난다. 이미 합의해놓은 몇몇 국회관계법마저 떠내려 보낸다면 실의에 빠진 국민을 더더욱 우롱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제 '립 서비스'는 그만하라. 주요개혁법안들이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정치개혁은 다시 5년후에 보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국가발전의 수레바퀴가 5년을 멈춘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가 정치개혁특위의 계속가동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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