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 압량면 전호진씨-"수돗물 기본요금도 아깝죠"

"수돗물 1t 절약을 돈으로 따지면 포도 1kg 생산과 거의 맞먹죠, 한·칠레 무역협상이다 뭐다 농촌이 더욱 어려워졌는데, 농산물 수확하는 심정으로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돗물 기본 사용량보다 물을 훨씬 적게 쓰는 전호진(54·경산시 압량면 인안1리)씨는 수돗물 요금에 기본요금제를 적용하는것조차 아깝다.전씨의 노모와 남매 등 5명 식구가 사용하는 수돗물 양은 월7~8t 정도로, 월 10t인 기본 사용량에 훨씬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전씨 입장에선 월 3천320원(부가세 포함)인 기본요금조차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마을에 수도가 개통된 후 지난 5년여 동안 기본요금을 넘긴 적은 3년전 11t을 사용했던 딱 한번 뿐이다.

수돗물 사용량이 많은 5~8월 사이 영농철에는 어김없이 집안에 설치된 지하수를 이용, 수돗물을 아낀다.전씨의 근검절약 정신은 결혼후 20년 넘게 직접 기록하고 있는 가계부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총 수입은 1천600여만원, 지출은 1천100여만원이다.그러나 연말까지 갚아야 할 농약, 박스 등 영농자재 값 400여만원을 계산하면 남는 건 거의 없다.

벼, 포도 등 5천500여평의 농사를 지어 마을에선 비교적 거부(?)로 불리는 전씨는 "거부(?) 사는게 이럴진대, 영농 규모가 적은 농민들이야 오죽하겠냐"며 "형편에 맞추다 보니 모든면에서 절약을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전씨의 집 한 모퉁이에 세워진 수도는 날이 추워지기 시작한 지난달 말 이미 두꺼운 담요를 입고 동파에 대비하는 등 만반의 월동 채비를 갖췄다.

경산시 상수도 검침대행소의 현동환 소장은 "지난 8월 검침 잘못으로 전씨의 물 사용량을 14t으로 기록했다가 항의를 받았는데, 돈 1,2천원 가지고 뭘 그렇게 그러냐고 했다가 엄청나게 혼난 적이 있다"며 "요즘 보기 드문 수돗물 절약 가정"이라고 칭찬했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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