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하락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5년만에 또다시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나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 체질이 IMF이후 강화됐고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쌓고 있어 97년과 같은 외환위기는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가계대출 및 신용카드빚 급증과 엔화를 중심으로 한 단기외채 급증 등 악재에 대해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과거와또다른 형태의 경제위기를 맞게 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년전 IMF가 기업부문의 무분별하고 과도한 채무에서 비롯됐다면 이번에는가계부문에서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외국 금융기관과 언론은 "가계부채가 은행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한국금융계가 연체율급증과 함께 급속히 부실화되고 있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가계대출, 얼마나 위험한가
10월중 가계대출 순증규모는 정부 판단 적정선인 월 4조원선을 훌쩍 넘는 6조1천억원으로, 올들어서만 모두 57조2천억원이 증가했다. 2/4분기말 400조원선에 도달한 가계부채는 연말까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넘어서 미국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주택담보비율 하향조정, BIS비율산정시 가계대출 위험가중치 제고에 이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자제권유에 나서는 등 억제책을 내놓자 일부 은행이 '생색내기'로 가계대출을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기업보다 리스크가 적은 가계대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전문직, 우량고객 신용대출 형태로 기업체 임직원과 단체 계약을 맺어 실제로는 가계대출이면서 기업대출로 잡히게 하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은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통화조절을 위한 금리정책을 제약하는 걸림돌이 된 지 오래다.
◆ '시한폭탄' 신용카드빚
은행 가계대출과 함께 가계빚의 양대축인 신용카드문제도 카드빚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여전히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지난해말 61조4천억원이었던신용카드 대출규모는 올 3월 68조2천억원, 6월 74조8천억원, 8월 79조4천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카드문제의 핵심인 연체율은과다발급과 현금서비스한도 축소로 증가일를 걸어 은행겸영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7.38%에서 3월 8.47%, 6월 9.38%, 9월 11.19%로, 전업 카드사역시 지난해 말 5.8%에서 올 3월 6.2%, 6월 7.92%, 9월 9.2%로 급증추세를 이어갔다.
◆리스크관리부재 드러낸 엔화급전 차입
만기 1년미만 엔화표시 단기부채는 지난해말 5천만달러에서 불과 9개월만에 26억달러까지 불어나 정책당국의 리스크관리 능력부재를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에서 대규모 산업자금을 차입해온 것도 아닌데 이같이 엔화 단기채무가 늘어났다는 것은 금융회사들이 싼 이자에 눈이 멀어 무작정 빌려왔음을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5년전 종금사들의 무분별한 단기 달러차입 때문에 대규모 미스매칭 사태를 빚어 마침내 외환위기까지 겪은 쓰린 경험을 무색케하고 있다.
◆ 전문가 '정부 대응 중요'
경제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증가와 단기외채 급증이 당장 경제위기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에 실패할 경우 대외신인도하락은 물론 경제위기 현실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들은 "단기외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부가 세제를 비롯한 적절한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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