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묘사 풍속 달라졌네

햇곡식을 신에게 올리기 가장 좋은 달이라 해서 '상달'이라 불리는 음력 10월은 묘사철. 대부분 가문에서는 음력 10월10일을 묘사의 기준일로 삼고, 요즘은 이날에 가장 가까운 일요일을 묘사일로 잡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는 일요일(음력 10월13일)은 올해 묘사의 피크가 될 전망. 하지만 세월이변하면서 이 묘사 풍경도 많이 바뀌고 있다.

지난 일요일(10일) 의성 단밀 고향에서 묘사를 지냈다는 손모(46·대구 수성동)씨는 묘사 대신 선산 중턱에서 '망제'를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망제는 먼 곳에서 조상 무덤을 향해 올리는 제사. 분묘는 21기나 되지만 참석한 인원이 고작 5명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고 손씨는 말했다. 작년만 해도 20여명이 참석해 묘소마다 찾아 예를 올렸지만 올해는 참석자가 또 줄었다는 것. 손씨는 "참석자도 거의 60대 이상이어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이모(68·대구 대명동)씨는 음력 10월 묘사를 아예 없애고 추석 다음날 묘소를 찾아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성묘하는 것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4년 전까지만해도 묘사를 올렸지만 참석자가 갈수록 줄어 그나마 친척이 잘 모이는 추석으로 날짜를 바꿨다는 것. 이씨는 "그 덕분에 요즘은 성묘객이 20여명이나 모인다"며,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더 많은 후손들이 조상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밀양을 본관으로 하는 손모(80·대구 인교동) 할아버지는 묘사에 참석하는 젊은이들에게 '일당'으로 2만원씩 준다고 했다. 그래도 참석 인원은 고작 10명 미만.할아버지는 그래서 6대조 이하 3형제 집안에서는 3명 이상 참석토록 의무화했다.

최모(60)씨 집안은 20명의 후손들이 돌아가며 음식을 준비해 묘사를 지낸다고 했다. 종중 논밭을 관리하는 유사가 준비하던 것과는 다른 방식. 그렇게 하자 다음 차례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 '견학'도 겸해 참석함으로써 인원이 늘었다는 것. 그렇지만 아예 전문업체에 묘사 음식 준비를 맡기는 사람이 나타나 놀란 일도 있다고 했다.

박모(79·대구 평리동) 할아버지는 집안 사람들과 상의해 지난 4월 고향인 고령 성산에 아예 360기를 안치할 수 있는 납골당을 건설했다고 말했다. 묘사 걱정은 물론이고 벌초 문제까지 이로써 완전히 해결됐다는 것. 박 할아버지는 오는 일요일 묘소별 묘사를 마지막으로 올릴 참이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