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와룡산 난계발로 훼손 심각

대구 이곡동 무지개타운 뒤 와룡산 등산로는 늘 수십명의 시민들로 붐빈다. 해발 300m 정상에는 훌라후프를 돌리는 할머니, 맨손체조 하는 아주머니, 야호를 외치는 할아버지들로 가득하다.

이정희(38·여)씨는 "대구에 30여년 살았지만 팔공산·앞산 같은 좋은 산이 여기도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인적이 드물었던 이 산이 1990년 이후 성서·용산·다사 택지 개발로 도심 공원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와룡산이 근래 '똥무더기 산'으로 왜소해지고 있다. 달서구·서구·달성군을 끼고 중구 넓이의 두 배에 달하는 390여만평이나 되던 산이 잇따른개발로 297만평 크기로 축소된 것. 여기다 100만여평이 또 개발 가능지여서 멀잖아 와룡산은 200만평도 안되는 소공원으로 주저 앉을 지도 모를 상황이다.

와룡산이 훼손되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 서쪽 부분부터였다. 1980년대 초에 와룡산의 줄기인 궁산 아랫 부분에 계명대가 들어섰고, 1990년대 들어 본격화된 훼손으로 1990년엔 성서지구에, 3년 뒤에는 다사지구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달서구~달성군을 잇는 왕복 10차로의 '서재로'가 뚫림으로써 와룡산 허리가 잘려 궁산이 떨어져 나가 버렸다. 이런 가운데 신당동 계명문화대학 인근 궁산 3만8천평 땅에는 또 아파트 10개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재리 일대도 아파트 단지와 상점이 산을 잠식하기 시작, 현재는 그린벨트 경계선까지 개발됐다.

와룡산 남쪽에는 아파트 단지와 학교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산을 깎아내렸다. 동쪽도 구마고속도와 인접한 곳에 산을 깎아 고등학교가 들어섰고, 얼마 남지 않은 자연녹지 중 8만여평을 또 한 고등학교가 매입해 이전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인해 지금 남은 와룡산은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된 108만평, 그린벨트 89만3천500평, 궁산 일부 100만평 등 297만평 뿐이다.이와 관련해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유병윤 실장은 "와룡산은 금호강과 쓰레기매립장 때문에 개발이 안되는 북쪽 부분을 제외하고는 동·서·남쪽 녹지가 거의 잠식됐다"며, "지금부터라도 엄격한 환경영향 평가 등을 통해 와룡산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와룡산과 같이 도심에 속하게 되는 산을 훼손 후 복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원상태로 보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며, "대구시는 녹지총량제를 도입해 최소한의 도심 녹지라도 지킬 정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도시자연공원, 그린벨트 외의 다른 자연녹지 부분도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입장을 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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