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경제특구법 처리 과정을 보면 마치 도떼기 시장을 연상시킨다. 국가 발전의 장기전략을 담고 있는 중요 경제법안이 원칙도 없이 이리저리 쏠리다가 결국은 '원위치'하는 코미디 같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다. 과연 국회는 무슨 철학으로 법안을 심의하는지, 아니 법안이 담고 있는 기본정신은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또한번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14일 본회의를 열고 국제공항과 항만을 낀 지역만 경제특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특구법을 통과시켰다. 한때 숨죽었던 정부의 원안을 다시 살리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제자리에 돌아온 셈이다. 다만 노동계의 반발을 감안, 경제특구 지정 권한을 갖는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민간위원 10명에 노동계 인사를 포함시킨다는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아마도 이렇게 처리하는 것이 국민적 반발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문제는 경제법안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국회는 일부의 반발이 있더라도 필요하다면 이를 설득시켜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개선방안을 찾는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 아닌가.
도떼기 시장처럼 목소리 큰 상인의 손만 들어준다면 이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제 국가 전체를 경제특구화 해야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는 외면당했고 경제특구 꿈에 부풀었던 상당수 지자체는 허탈해질 것이다. 대구시의 경우, 장기발전전략에 경제특구 지정을 검토하기로 했으나 법안이 원위치되는 바람에 청사진을 다시 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경제법률은 외풍(外風)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이기주의·지역주의가 발호하는 시점에서 이같이 대중 인기주의식으로 법안을 처리했으니 장차 밀려올 이익집단의 거센 파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번 법안통과로 불이익을 당하는 지자체는 경쟁에서 진 것이 아니라 '힘이 없어' 밀렸다는 패배감에 젖을 것이다. 소신없는 법률통과는 이렇게 또 하나의 사회악을 잉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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