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르테 신들린 지휘봉의 비밀

'토스카노노' '바인가르트너 포르테' '스토코프스키 사운드'….

이 단어들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음악 애호가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혼자 웃음을 지을 만한 것 들이다.'토스카노노'는 토스카니니가 리허설 도중 연주가 맘에 들지 않으면 '노노(No, No)'를 입버릇처럼 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고, '바인가르트너 포르테'는 절제된 지휘로 유명한 바인가르트너지만 포르테만큼은 어떤 지휘자도 흉내내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끄집어 낸다고 해서 생긴 단어이다.

또 '스토코프스키 사운드'는 이름이 없던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을 맡아 일약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만든 지휘자 스토코프스키의 능력을 칭찬하는 말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지휘자들의 뒷 이야기를 엮은 만화가 신동헌씨의 '지휘자들의 익살'(빛과 글 펴냄, 2만원)에는 음악애호가들이 아니더라도 충분히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클래식 음악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국내에서는 지휘자의 대명사처럼 군림하고 있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일화. 그는 1989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의사가 심장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고, 새삼스럽게 다른 병에 걸리기엔 나이가 너무 많은데…'라고 농담을 한 뒤 81세로 급서했다.

푸르트벵글러는 스키를 타다 부상을 당한 뒤 그를 돌본 병원의사의 동생과 재혼했는데 '지금과 같은 좋은 아내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스키를 타다 백번을다시 굴러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말했다는 것. 14개국어를 구사하던 첼리비다케는 언어실력에 놀라는 학생에게 '한 나라 말밖에 모르는 단세포 생물이 아니라는데 긍지를 느낀다'고 되받아치기도 했다.

특히 지휘자들은 괴팍함과 독설 등으로 유명했지만 그 정도의 대우를 받을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조지 셀(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레너드 슬래트킨(세인트 루이스 교향악단) 등은무명이던 지역 교향악단을 일약 세계 최정상급으로 조련시키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밖에도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피에르 몽퇴, 브로노 발터, 토마스 비첨, 예프게니 므라빈스키, 게오르그 숄티, 레너드 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주빈 메타, 칼 뵘 등의 일화들로 가득하다.

지은이 신동헌씨는 장편만화 '홍길동'으로 유명한 만화가이지만 한국음악애호가협회 이사, 한국음반평론가협회 고문 등 수많은 음악관련 단체와 인연을 맺고 있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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