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의 형태

지하도시, 굴집, 단독주택, 아파트 등 집의 형태는 각각이 유행하던 시대의 건축 기술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마의 지하도시 카타쿰은 정부의 탄압을 피해 초기 기독교도들이 피란생활을 하는 곳이다. 이 안에는 수많은 골목과 살림방들이 있다. 큰 것은 시골의 작은 마을 만한 것도 있다.

터키에도 현무암을 뚫고 만든 거대한 지하도시가 있다. 데린큐유(Derinkuyu), 카이마크리(KayMakli) 등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수용인구가 6만 명에 이르고 지하 8층 규모를 자랑하는 것들도 있다. 이런 지하도시는 임시거처가 아니라 완전한 생활이 이루어지던 공간이었다. 골목, 피난통로, 방어용 돌문, 환기구, 부엌, 식당, 마구간, 성당, 변소 심지어 술집까지 있었다.

난세에는 방어용 주택이 등장하기도 한다. 전국 시대 일본의 수많은 법당과 큰 가문의 집들은 강이나 바다 혹은 벼랑으로 둘러싸인 곳에 지어졌다. 가문간의 싸움이 많았던 11세기 이탈리아 도시국가에서는 탑 모양의 주택이 유행했다. 높은 탑을 쌓아 적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에는 오랫동안 단독주택이 주류를 이루어왔다. 가족의 노동력에 의지하는 농경생활이 주류였음을 보여준다. 1970년대 농업중심에서 공업 중심으로 산업이 옮아오면서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다.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게 되자 아파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요즘 농촌에 신축중인 주택은 1층을 창고로 사용하고, 2층을 주거용 시설로 짓는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창고를 멀리 두거나 따로 대지를 차지하도록 지을 여유가 농촌에서도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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