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양열 주택 겨울나기

대구시 중구 남산동의 솔라 맨션. 1970년대 2차례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기름 안 나는 나라의 설움을 덜겠다는 여망을 담고 지은 아파트다. 그러나 1983년 완공된 48가구의 이 아담하고 잘 지어진 아파트는 이름만 '솔라맨션'이다. 기름을 때는 대신 태양열을 이용, 온수를 공급받고자 했지만 완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열 설비가 고장났기 때문이다.

수리하려고 했지만 국내 기술로는 어림도 없었다. 수입업체에 보수를 문의했지만 비용이 엄청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거금을 들여 수리하느니 기름을 때는 편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쓸모 없이 버려진 설비를 철거하고 싶었지만 철거 비용도 만만치 않아 그대로 옥상에 얹혀 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건설한 지 2,3년도 지나지 않아 태양열 설비가 고장난 것 같아요". 이 아파트 주민의 말이다. 고장난 채 방치된 이 아파트의 태양열 설비는 석유파동이후 시민들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썼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반대로 에너지 절약을 외쳤을 뿐 정부가 기술지원에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석유 파동은 수그러들었지만 요즘은 화석에너지 사용에 따른 환경파괴가 에너지 문제의 화두로 등장했다. 국내 업체들도 자체적으로 집열기 등 태양열 설비를 개발, 판매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환경 친화 에너지 이용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들이 있다.

대구시 중구 삼덕동의 한 태양열 주택. 이 집에서 6년째 살고 있는 윤정숙씨는 태양열 설비에 불만이 많다. 온수는 1층, 2층 두 가구가 쓸 만큼 충분하다. 그러나 햇볕이 없는 밤에 태양열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 심야전기를 써야 한다. 월 1만원 안팎. 조금 많이 나온 편인 지난 10월에는 1만6천210원이 나왔다.

"3,4년마다 태양열 설비 안에 들어가는 열매체(30만원 정도)를 교환하거나 보충해야 해요". 열매체 교환 가격은 8만원에서 30만원까지 업체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태양열 이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씨는 초기 설치비 400만원, 여기에 예기치 못한 배관 누수로 지난달에는 35만원을 또 부담해야 했다며 별로 경제성이 없다고 말한다. 윤씨와 비슷한 주택의 태양열 설비는 온수에 국한돼 난방 보일러는 따로 가동해야 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와 주택 등 태양열 설비를 장착한 건물 4개를 소유한 김모씨도 태양열 설비 설치에는 미온적이다. 설치, 유지, 보수비용이 판매사원들의 이야기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판매사원들의 반영구적이라는 설명은 거짓말"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산업자원부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국공립학교 등 3천㎡(약 910평)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 2004년부터 대체에너지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밝힌 것처럼 태양열 설비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현재 사용중인 태양열 설비에 실망한 사람들은 시설 설치 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체마다 축열방식, 설치, 유지보수 비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판매사원의 말을 믿기 보다 실제로 15년 혹은 20년을 사용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고 사용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총 18만9천대(2001. 12월 현재)의 태양열 이용설비가 보급돼 있다. 이 중 약 98%가 가정용 태양열 온수기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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