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재연되는 IMF설

경제국치일인 IMF 5주년(27일)을 앞두고 제2의 IMF설이 나돌고 있다. 대선을 앞둔 어수선한 한반도에 과연 또다시 IMF가 한반도를 유린할 것인가. IMF 재림설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간이나 국내 경제단체간에는 물론 외국경제저널들도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며 갑론을박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은 11월8일자에서 "한국이 9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개혁에 있어서 가장 성공적이었다는찬사를 받아왔으나 현재는 소비자 부실채무의 급증으로 인해 금융권, 나아가서는 한국경제 전체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서 한국경제 건전성 의심

같은 맥락에서 맥킨지(서울)의 애널리스트 크리스천 로벅도 "한국은 신용위기 직전의 갖가지 징후를 보이고있다"고 했다. 비즈니스타임즈 11월4일자도 "한국경제는 현재 가계 부채 수준이 매우 높고, 경기둔화 위협과 버블 붕괴에 직면해 있으나 한은이 경기침체 및 정치적 압력 등의 이유로 금리인상을 주저하는 듯하다"고 타전하기도 했다.

반면 IMF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국의 신용카드대출이 급증해왔고, 부동산 버블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10년전 일본이 자산버블 붕괴후 겪었던 것과 같은 구조적 금융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아마도 실물경제쪽에서부터 제2의 IMF가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터져나오는 것은 한국 경제가 아직 외환위기로부터완전히 벗어난 것인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최근 국내외적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여러가지 불안요인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1차 IMF가 기업들의 무분별한 외화차입과 금융기관의 부실이 맞물려서 터진 것이라면 이번에는 개인카드빚의 폭증과 가계대출의 부실급증, 단기외채의 증가와 투기성 부동산의 거품 붕괴 등에 그 원인이 있다.

재경부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총대외지불부담(총외채)은 1천298억달러이며, 이중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 비율은 40.8%(529억달러)로 집계됐다. 단기외채 비중이 지난달의 39.8%보다 늘어나 97년말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또 일부 금융기관들이 단기차입금을 운용하면서 엔화에 편중하는 경향을 띰에 따라 0.8%짜리 초저금리 엔화표시 1년미만 단기외채(2001년말 5천말달러)가 약 1년만에 무려 50배가 넘는 26억달러로 불어났다. 정부관계자는 단기외채 비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조이지만 총외채 규모가 줄어들었고, 국가 신용도가 있어서 끄떡없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97년 IMF 때에도 국내보다 월스트리트에서 더 먼저 한국이 낭패에 빠졌다는 소문이 돌면서한국에 돈을 빌려주지 못해 안달하던 서구은행들이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어 외화만기연장을 해주지 않아 경제국치를 당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자본흐름은 불경기 때에는 나라밖으로 빠져나가고, 호경기때에 나라안으로 들어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킨다. 두말할 것도 없이, 외부자본이 필요한 바로 그 때에 투기성 자본들은 대출금을 갚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런 태도는 언제 어디서나 마찬가지이다.

가계대출 단기간내 급증

총 400조에 달하는 가계대출도 문제이다. 가계대출이 총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월말 현재 70%대로 급격하게 높아져 미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의 가계대출과 차이를 보이는 것은 총대출에서 가계대출이차지하는 비중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높아진 데다가 가계대출의 연체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의 절대액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는데, 주택담보대출은 실수요자를 제외하고는 투기성 부동산에 대한 대출로이어지고, 투기성 부동산에 대한 대출은 거품을 만들고, 이런 거품은 언제나 터지며, 거품이 터지면 경제가 곤두박질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것은 휴스턴에서건, 방콕에서건, 대구에서건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일부 시민들은 빚을 내어서 한잔에 3만원짜리 금가루가 든 커피를 마시는가하면 거리를 활보하는 명품족들이연간 2조원대의 국내 수입명품시장을 찾아다니며 외화를 유출시키고 있다.

지금껏 한국의 성장은 알뜰한 국민들이 한두푼 아끼고 모았던 저축, 그리고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두뇌, 성실성과 창의성을중심으로 한국형 기업창조 등에서 기인했다. 어수선한 대선정국 나라를 지키는 마음으로 가계의 건전성부터 다져나가면 어떨까.

최미화(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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