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네목욕탕 사라진다 찜질방·신형대형탕에 밀려 손님 '뚝'

"전 같지 않아요. 사우나다 찜질방이다 해서 고급스레 꾸미는 바람에 조그만 동네목욕탕은 이제 재미가 없어요". 70, 80년대 서민들의 애환을 씻어주던 동네목욕탕들이 해수·황토·게르마늄까지 들먹이는 신형 대형탕들에 밀려 차츰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지어진 지 40년 이상된 대구 봉산동의 한 목욕탕. 자그마한 목욕실 복판을 옛날 그대로의 둥그런 온탕이 차지하고 주변을 높다른 좌판들로 빙 둘렀다. 한때는 지하수를 안쓰는 상수돗물 전용임을 강조해 간판을 내걸기도 했으며, 올 여름엔 그동안 없던 샤워기를 새로 달고 자동 등밀이 기계까지 들여놨다.

하지만 요금까지 내려 봐도 좀체 손님은 늘지 않는다고 주인 배모(53)씨는 말했다. 목욕탕 풍경만 60년대식에다 2000년대식까지 한데 엉클어졌을 뿐. 동네 주민 임모(37)씨는 "근처에 최신형 목욕탕이 새로 생겨 대부분 그곳으로 목욕하러 간다"고 했다. 이곳은 시설이 낡아 발길이 좀체로 향하지 않는다는 것.

20년 이상 됐다는 대구 범어동 한 목욕탕 주인은 "젊은이들은 간혹 오더라도 탕 내부를 둘러보고는 간단히 샤워만하고 이내 가버린다"고 했다. 지난 여름 돈 들여 샤워 꼭지도 바꾸고 시설을 개보수해 봤지만 워낙 좁아서 표시도 잘 안난다는 얘기였다. 지금의 주고객은 동네 노인들. 주인은 "잊지 않고 들러 주는 노인들이 고맙다"고 했다.

대명동의 한 동네 목욕탕은 규모도 크지만 인근 '신식' 목욕탕에 밀렸다고 했다. 새 목욕탕은 요금을 3천500원 받지만, 이 목욕탕은 근래 3천원에서 2천800원으로 요금을 내렸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한산해진 느낌은 어쩔 수 없다고 이용객들이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동네 목욕탕 주인들은 인근에 새 목욕탕이 생겼다는 말이 들릴 때마다 "운영을 계속해야 할 지 그만둬야 할 지 또 고민에 빠진다"고 했다.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옛날 탕들이 더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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