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정 후보단일화 전격 합의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가 15일 심야 단독회담에서 후보단일화 방식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대선지형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두 사람의 합의대로 후보등록전에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지금까지 '이회창 대세론'의 토대를 이뤘던 '1강2중' 구도가 '양강(兩强)'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대선은 혼전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간 단일화는 특히 '반(反) 이회창' 단일세력의 형성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와 자민련, 하나로 국민연합 이한동 후보측이 제3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나 중부권 신당 창당 의지를 접고 단일후보 세력에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된 것이다.

한나라당이 노, 정 두 후보간 합의에 대해 "반역사적, 반국민적 망동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설령 단일화된다고 해도 국민의 매서운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맹비난한 것도 심각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두 후보 각각의 지지세력이 '결합'할 경우 일부 이탈층이 생기더라도 산술적인 합산을 넘어서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일단 호남권과 충청권이 합세, 지난 15대 대선때와 유사한 대선 환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다 수도권과 영남권의 두 후보 고정 지지층을 감안하면 폭발력이 상승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의 탈당 행렬도 멈추고, 한나라당의 흡입력과 민주당의 원심력에 의한 그동안의 정계개편의 흐름도 일거에 뒤바뀔 소지가 없지 않다.

이날 회담 결과는 정 후보가 노 후보의 '국민 여론조사' 방식을 전폭 수용, 전격 합의가 가능했다.

노 후보가 당초 단일화 협상에 응하면서 국민경선을 주장하던 입장에서 국민여론조사 방식으로 양보한데 대해 이날 정 후보의 결단이 합쳐진 결과라는 게 양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정 후보는 이날 합의후 기자회견에서 "노 후보와 나는 같은 세대이기 때문에 서로 말이 잘 통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 핵심측근은 "정 후보가 후보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면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뤄 후보를 단일화할 경우 대선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정 후보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후보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대선 내내 떠안게될 부담이 이날 회담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양측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비방전을 펼칠 경우 지지도 동반 하락으로 '필패'라는 인식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두 후보가 전격 합의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두 후보의 여론조사상 지지도가 엇비슷해 단일화 여론조사시 누구든 승리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민주당과 통합 21측은 이날 합의에 따라 16일부터 실무협상에 착수, TV 토론회실시 방법 및 횟수와 여론조사 대상의 구체적 선정 방식 및 실시시기, 객관적인 여론조사회사 선정 문제, 여론조사 방식, 설문항목 등을 놓고 본격적인 절충을 벌이게된다.

그러나 정 후보는 두 후보에 대한 단순 지지도 조사가 아닌, 두 후보를 이회창후보에 대비시켜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높은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을 주장함으로써 앞으로 실무 협상과정에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단일화 일정은 대선후보 공식 등록일이 27, 28일인 점을 감안하면 내주중TV 토론을 2, 3차례 실시, 빠르면 내주말까지 여론조사를 완료한 뒤 그 다음주초에는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을 밟게된다고 양측 관계자들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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