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천공단은 10년 이상 건설을 질질 끌어 시민들과 현지민들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인근 구지공단 예정지(달성군 구지면)는 마찬가지 상황을겪으면서도 별다른 관심조차 끌지 못해 왔다. 이곳 82만여평 역시 위천공단과 같은 시기이던 1991년 지방공단으로 지정된 후 10여년을 표류하면서 현지인들을 웃고 울려 왔지만 사정은 전혀 달랐던 것이다.
◇휘둘린 면민들=손정달(55·대리)씨는 전답 8천700여평이 구지공단에 편입돼 1994년 당시 사업시행자이던 쌍용자동차로부터 5억4천여만원의 땅값을 받았다. 큰 몫돈을 쥔 손씨는 남동생에게 대구시내에 집 한 채를 사 주고, 4억2천여만원으로는 인근 현풍·유가와 이방(창녕군) 일대에 전답 3천600여평을 대토했다.
그러나 곧이어 공단 건설이 중단되는 바람에 대토한 땅의 값이 살 때의 절반으로 내려앉았다."재산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대신 산 논밭에서는 연간 소득이래야 600여만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생계에 위협을 받을 지경이지요. 되지도 않을 구지공단 탓에 주민들만 휘둘리고 있습니다". 손씨는 피해자가 자신뿐이 아니라고 했다.
김상대(56·대암리)씨는 공단 건설로 땅값이 뛰자 1천여평을 담보해 대출받은 돈으로 오이·가지 등 특작 시설을 확장했다가 4천여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고 했다.땅값이 오르자 그걸 믿고 대출받아 특작·축산 등의 영농 규모를 키웠다가 땅값이 되떨어지고 소득은 오르지 않아 빚에 갇혀 땅이 경매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
◇빚쟁이 된 주민들=구지농협 등 면내 3개 금융기관에 확인한 결과, 현지인들은 이 농협 230억원 등 총 400여억원을 대출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면내 전체래야 총 1천900여 가구밖에 안되니 가구당 평균 대출액이 2천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반면 1992년까지만 해도 자가용 차량 보유대수가 400여대에불과했으나 공단 착공 이후 2천대를 넘어섰다. 가구당 1대를 넘은 셈.
김길수 구지농협장은 "조용하던 농촌 마을들에 공단 편입 땅값이 풀리면서 좋은 집을 새로 짓거나 자동차를 구입·교체하는 등 소비가 급증했고, 공단 부지인근 땅값도 덩달아 2배 이상 뛰자 다른 주민들까지 들떠 영농시설을 무리하게 확대했었다"고 전했다. 그 뒤 공사가 중단되자 땅값이 거꾸로 떨어져 대출이악성 부채로 변했다는 것.
상황이 반전된 후 3개 금융기관은 최근 4년간 악성 부채 30여건 60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물을 경매처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쌍공공인중개사 송호용(45)씨는 "경매되기 전에 돈을 조금이라도 건지려고 땅을 헐값 처분하는 사례가 빈발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모(42·수리)씨 경우 1996년 당시 평당 40만원 하던 2천여평의 땅을 최근 평당 15만원에 팔았으며, 그 후 공단 재추진 발표가 있자 땅값이 다시 평당 18만원선으로 올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을 허탈케 하는 땅값=중개사 송씨는 "대구시의 공단 개발 재발표 이후 땅값이 10~20% 오르고 구입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때문에 내놨던 땅을 되거둬 들이는 사람도 적잖다는 것. 면사무소 김상오 총무담당은 "공정 30%에서 7년 동안 중단됐던 공사로 지역이 황폐화했으나 건설 계획 재발표 후 기대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 건설 재추진과 관련해 대구시청 최삼용 경제정책과장은 "도로, 오폐수 처리시설 등 공단 기반시설 건설비를 대구시가 책임지기로 도시개발공사와 협약된상태이고, 중앙정부가 그 경비를 많이 지원해 줄 수 있도록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개공 권인달 사장은 "평당 30만원선으로 예상하는 공장용지 분양가로 도개공 부담을 충당할 수 있어 공단 공공개발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신 심각=그러나 상당수 현지인들은 대구시의 재발표도 이젠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청측과 공단 건설을 협의해 온 면번영회 제갈재봉 회장은"건설비용 4천억원 중 사업시행사인 도개공은 1천700억원만 부담하고 1천억원은 시청, 1천300억원은 중앙정부 부담으로 떠넘기고 있어 실제 공단이 건설될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시는 재정난에 허덕이고 중앙정부도 1천300억원이나 지원하려 할지 의심스럽다는 것.
면 이장협의회 박일흠(50) 회장은 "대구시가 540억원을 들여 현풍~공단 사이에 너비 50m의 2㎞짜리 진입로를 건설키로 해 놓고는 지금까지 부지 매입은커녕 측량조차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 9월 공단용지 분양, 2005년 기반시설 완공 등 대구시의 공단 건설 계획을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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