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환경정책 뒷걸음질

대구시가 섬유산업 진흥을 명분으로 환경 개선에 역행할 소지가 있는 갖가지 행위를 잇따라 허용, "페놀 사태 10여년만에 환경 의식이 뒷걸음질 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사고 있다.

시청은 섬유공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방천동 쓰레기매립장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지난 1996년 허용했다. 이들 쓰레기는 환경법상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특수 처리토록 규정돼 있고, 그럴 경우 처리비용이 5t 트럭당 100만∼17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반 매립장 배출료는 9만3천여원에 불과하며 대구에서는 하루 200여t의 관련 쓰레기가 일반 매립장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시청 관계자는 추정했다.

그러나 이들 섬유 쓰레기 중에는 염색 과정을 거쳐 독성을 내포한 것들도 섞일 가능성이 높아 오염 우려를 사고 있다. 또 섬유 쓰레기는 부피가 커 매립장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 등은 염색공단 열병합발전소에 유연탄 보일러 증설을 허용, 2004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유연탄은 산성비를 유발하는 아황산가스 배출량이 많아 대도시 내 사용이 기피돼 왔으며, 정부는 아파트에 대해서까지 유연탄은 물론 벙커C유 사용마저 금지하고 있다.

염색공단은 그동안 130t짜리 유연탄 보일러 3기와 125t짜리 벙커C유 보일러 1기를 가동해 왔으며, 현재는 100억원을 들여 연간 10여만t의 유연탄을 소비하는 150t짜리 보일러를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단측은 "대기오염이 더 심한 벙커C유 보일러를 유연탄 보일러로 교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고, 함정웅 공단 이사장은 "국가 경쟁력 높이기 차원에서 연료비.운영비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오염 방지시설을 강화했기 때문에 청정연료 사용 때와 오염 배출량에 큰 차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황.탈진.집진 시설을 갖춤으로써 질소산화물.아황산가스.미세먼지의 농도를 환경기준치(각 350-270-50┸)보다 훨씬 낮게(30-40-30┸)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새 보일러는 기존 유연탄 보일러가 저황탄(황 함유량 0.3% 이하)을 사용하던 것과 달리 황 함유량이 훨씬 많은 유연탄(0.8% 이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이 때문에 환경 전문가들은 가스.기름보다 열량이 적고 오염물질 배출량은 많은 유연탄 보일러 증설을 허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영남대 환경공학과 백성옥 교수는 "염색공단 부근 노원동.중리동 일대가 전국에서 아황산가스 최대 오염 지역이었다가 이제 겨우 기준에 맞췄는데 유연탄 보일러를 허용하는 것은 환경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오존 생성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은 어떤 기술로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고 환기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문창식 사무처장은 "대전 등 다른 지역 공단에서는 LNG 등 청정연료를 사용할 뿐 아니라 유연탄 보일러는 경제성에서도 뒤떨어진다"고 말했다. 오염 방지시설 설치비가 보일러 시설비의 70%나 될 정도로 초기 투자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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