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이즈미 일 총리께

한국에는 지금 만추(晩秋)를 지나 웬만한 명산마다 겨울 눈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두달전 '나카다 죠' 중심가에 신축했다는 총리 공관 주변에도 도쿄의 초겨울 정취 가 한창이겠습니다.

총리께서는 1942년생이라니까 마라톤 영웅 손기정옹께서 베를린에서 세계를 제패 했던 1936년에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겠지요.

따라서 왜 조선의 청년이 당신 나라의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만 했는지 왜 영광의 월계관을 쓰고도 고개를 떨군채 비분만 삼켜야 했는지 깊이 알 수 없었을 것입니 다.

또한 조선의 언론들이 일장기를 지우고 보도한 정당한 저항을 이유로 3개 신문이 폐간당한 정치적 수난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할것입니다.

혹 아신다해도 근세사(史)의 상당부분을 식민사관(史觀)으로 기술한 '왜곡교과서' 에 의해 교육받고 자란 세대인 총리로서는 조선에 대한 일반적 이해와 지식은 차 치하고라도 마라톤 영웅에 대한 역사 인식만은 왜곡된 이해가 있지 않을까 짐작됩 니다.

만약 저의 짧은 짐작이 오해이고 총리의 역사관과 진정한 아시아 공영의 가 치관이 고결하고 이지적인 것이라면 총리께서는 한가지 용기있고 정직한 결단을 보여야 할 게 있습니다.

만약 그런 결단과 용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정치적 눈치에 밀려 보편적 양심을 외 면하신다면 고이즈미씨는 일국의 총리라기보다 왜곡교과서에 영향받은 편향적 지 식인이거나 국수주의에 치우친 한낱 정치인에 불과한 인물로 평가 될것입니다.

용기있고 정직한 결단의 내용이 무엇인지의 제안은 일단 뒤로 미루고 우선 총리께서 최근 대북문제에서 보여주고 있는 외교자세를 보면 다분히 왜곡된 식민사관의 가 치관에서 유연하게 벗어나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일본을 방문중인 북한 납치자를 북한에 되돌려 보내지 않겠다고 한 일방적 선언만 해도 그렇지요.

납치가 옳다거나 북한 편을 들자는게 아니라 과거 역사를 털끝만큼이라도 염두에 둔다 면 그런 고압적 어투속에 가난한 북한을 아직도 식민시절 조선으로 깔보는 듯한 오만은 비쳐지지 않을것입니다.

손기정 옹께서 올림픽을 제패했던 바로 이듬해 45 만명의 조선인이 일본의 탄광과 군수공장에 강제징용돼 끌려갔습니다. 학도병과 정신대는 제쳐두고 강제로 끌려간 45만명의 조선인 징용자들과 고작 다섯명의 일 본 납치여성의 인권의 무게만 놓고 한번 생각해 보십시다.

과거의 인권말살에 대한 사과전제도 배상이행도없이 납치여성 송환 거부만을 호언 한것은 혹시나 외교 방문길에 선물받은 송이버섯을 쓰레기처럼 불사를수 있었던 무례와 오만에서 비롯된것은 아닌지 성찰해 보셨으면 합니다.

고이즈미 총리께서 제대로 깨어있는 지도자라면 아시아 공영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일본의 내일을 위해서라도 1억2천만 국민, 특히 젊은 미래세대에게 진정한 세계인이 되는 모범을 보이고 올곧은 역사관을 가르쳐야 합니다.

지난 과거가 부끄럽다고 해서 견강부회, 변명과 왜곡된 논리의 역사를 가르치면 바른 역사를배우며 자란 다른 지구촌 국가들의 미래세대들과 함께 공존하는 세계 인으로 키워낼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대로 솔선의 가르침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있고 양심적인 결단' 한가지를 제안 드립니다. 손기정 선수의 국적을 즉각 한국으로 되돌려 놓으 십시오.

올림픽조직위(IOC)의 공식기록에는 아직 손옹의 국적은 JAPAN입니다. 메달리스트의 국적 변경을 위해서는 해당국가 올림픽 조직위가 IOC에 국적변경요 청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손옹도 생전에 수차례 일본올림픽조직위(JOC)에 국적변경요구를 했지요. 그러나 귀국은 계속 뭉기적 거렸습니다. 굳이 스포츠 정신이니 올림픽 정신까지 들먹이지 않겠습니다. 고려자기를 일본에 뺏아다 놓고 일본자기라 자랑하는 식의 역사 속이기는 자랑도 영광도 될수 없습니다.

생전에 그분의 인간적 요구, 정당한 명예회복을 외면했던 그 왜곡된 인식을 끝내 고집하겠다면 총리께서 배우신 역사관은 왜곡된 교과서로 배운 식민사관에서 벗 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제가 소시민의 입장이란 전제하에 이 런 공상을 해봅니다.

지금 북한이 핵개발로 미국과 일본에게 내몰리고 있지만 솔직히 우리대신 북한이 라도 핵개발 해서 묘향산 지하 요새 발사대에다 도쿄 쪽으로 핵미사일 30기 정도 겨눠놓고 손기정옹의 국적 당장 바꾸고 동해 바다는 동해라하고 독도는 한국땅이 라고 하라면 간단히 역사는 바로서고 트집도 끝날것 아니냐는 공상말입니다.

권력 (핵)의 힘은 역사를 구부릴수도 있고 바로 펼수도 있는게 현실이니까요. 비유가 지나친공상이었다면 양해 해 주십시오. 이제 손옹의 국적회복이라는 결단으로 세 계인으로부터 진정한 용기를 가진 지식인 지도자, 세계공영을 행동으로 보인 정치 인으로 존경 받을 것인지.

왜곡된 역사관에 얽매여 끝내 왜소한 국수주의 틀에서 헤어나지 못한 정치인으로 남을것인지는 총리님의 몫입니다. 초겨울밤 도쿄의 네 온불빛을 내다보면서 마사무네라도 한잔마시며 생각해보십시오. '과연 손기정은 한국인인가 일본인인가'.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김정길 본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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