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선관위 OK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

노무현.정몽준 양측이 TV토론-3개기관 여론조사를 거쳐 단일후보를 가리기로 하고 탈락자가 승자의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기로 합의했다. 비판과 지지의 오만가지 소리가 다 나오겠지만, 좌우지간 유권자.관전자의 입장에선 이번 대선이 꽤나 재미있게 생겼다. 당장 한나라당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초비상이 걸렸다.

거저 먹으려다가 젖먹던 힘까지 다 짜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새로운 정치쟁점이 정책대결을 밀어내고 극렬한 흑색타락을 빚어낼 경우 유권자들의 '재미'는 커녕 엄청난 실망.좌절로 돌변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보다 '냉정한 관전'이 필요하다 하겠다.

지금 노.정 두후보의 단일화 추진은 쉽게 말해 대선에서 '이노정'세사람이 풀리그로 붙자는게 아니라 '토너먼트'방식으로 하겠다는 속셈이다. 이회창 후보가 부전승으로 올라가있고 노.정이 붙어서 이긴 쪽이 결승진출하자는 것이다.

어느 방식이든 타당하고 가능하다. 우리가 엊그제 본란에서 지적했듯이, 문제는 이 토너먼트방식의 핵심인 단일화 TV토론이 '언제.어떻게' 가능하냐를 두 후보는 벌써 물어봤어야 했고, 중앙선관위는 벌써 유권해석을 내려줬어야 했다.

이때문에 지금, 선관위는 두사람의 TV토론을 OK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가 되게 생겼다. 우선 선관위가 "노"하면 노.정 두사람은 코미디언이 되고만다. 양측 '브레인'들이 법도 모르고 단일화를 추진했냐 하는 국민적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요, 포장마차에서의 축배의 러브샷도 참말로 우습게 돼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선관위가 "적법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선전은 본게임보다 단일화의 '야합논쟁'과 TV의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려놓는 이 '때 놓친 유권해석'에서 중앙선관위는 직무태만을 면키 어렵다.

당장 정 후보 측은 오늘 아침 노 후보측이 여론조사 방식 등을 공개했다고 반발, 딴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두후보가 일심동체가 아닌 이심동체(二心同體)로 합친다면 국민이 불행해짐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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