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봬도 초가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요".남산동 아미산길에서만 18년을 살았다는 이상오(47)씨. 84년 이 골목으로 들어온 이후 이사만 7차례한 끝에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 바로 이 곳 초가집이다.
슬레이트로 지붕을 덮었지만 지붕 군데군데서 지푸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집에서는 6년을 살았는데, 초가지붕을 새 짚으로 갈고 싶어도 다 삭아서 들어낼 수가 없어요".
사람이 살지 않았다면 벌써 허물어졌을 집을 여기 저기 손봐서 살아가고 있는 이씨는 그러나 걱정이 태산이다. "곧 재개발사업으로 철거할텐데, 그 때 봐서 다시 이사를 가든지 해야지요".
이 집의 전체적인 구조는 시멘트를 덧바르기는 했지만 나무로 된 골격을 유지하고 있고 툇마루도 정겹다. 방이 4개 있으며 이 중 하나는 이씨의 봉재작업실로 이용되고 있다. 시멘트 마당 한켠에는 작으나마 흙으로 된 마당과 옹기종기 장독대가 있다.
이씨 집 주변에도 약 네 채의 초가집이 있지만 이 중 한 채는 안전상의 이유로 최근 철거되었고 나머지 세 집도 곧 철거될 예정이다. 철거를 예고하는 붉은색의 동그라미만 쓸쓸하게 초가집을 지키고 있다.
"이 집들이 사라지고 나면 대구 도심에서 초가를 볼 수 있겠습니까"라는 이씨의 말처럼 대구지역 마지막 초가들은 근근이 제 모습을 버티고 있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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